본문 바로가기

[데스크 view &]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과 독대하라

중앙일보 2017.08.28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김준현 산업데스크

김준현 산업데스크

지난해 10월 중순 ‘박 대통령, 정몽구·이재용과 독대하라’는 칼럼을 썼다. 당시 우리의 경제 사정이 아주 좋지 않았다. 1~9월 한국 10대 수출품은 모조리 지난해 대비 수출액이 줄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후 파산으로 가고 있었고, 대우조선해양의 처리 문제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으로, 현대차는 노조 파업에 따른 수출 차질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런 다급한 시기에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정부는 기업에, 기업은 정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서로 흉금 없이 얘기하다 보면 뭔가 실마리라도 얻지 않을까 생각했다.
 

경제 나아진 것 같지만 착시현상
기업 애로사항 듣고 토닥여줘야
지난해 박 대통령에도 촉구 칼럼
경제 살리기는커녕 국정농단 씁쓸

만약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칼럼을 봤다면 피식 웃었을 수도 있었겠다. 이미 여러 차례 독대했는데 무슨 소리 하냐고.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드러났듯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살릴 방안을 논의하긴커녕 본인은 물론 기업까지 나락으로 떨어트릴 잘못된 길을 강요했다.
 
다행히 우리 경제는 올해 들어 기력을 회복한 듯하다. 그러나 착시일 뿐이다. 주가지수와 부동산이 올랐다고 하지만 이는 일부 업종,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다. 기업 살림살이도 좋아진 듯 보이지만 이 또한 착시다.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긴 했지만 한국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회복된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삼성의 총수 부재 사태가 걱정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기업이 이 지경이면 정부라도 나서서 등 두드려 줄 만한데 오히려 발길질이다. 통신비 인하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받는 혜택에 비해 기업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통신비가 주요 국가 대비 너무 비싸다거나 서비스 품질이 낮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약속했으니 따르라는 식이다. 차라리 통신회사를 예전처럼 공기업으로 만들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제1국정과제로 삼고도 정작 정책은 역주행이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려면 여러 규제도 풀고, 서비스발전기본법 같은 법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선물로 안긴 것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같은 임금 상승 조치다. 이러고도 고용을 늘일 재주 있는 기업이 몇이나 있을까.
 
조세 정책 역시 기업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선후보 시절엔 가장 나중에 건드리겠다던 법인세를 정부 출범 초부터 높일 태세다.
 
돈 많이 벌어 더 투자하고, 더 고용하고, 그래서 돈 더 많이 벌게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이 땅을 지겨워하고, 미워하게 만드는 게 마치 정책의 목표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 정도면 기업은 몰라도 경영계 단체가 목소리를 낼만한데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기업들은 오히려 권력의 눈에 날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정권 초기의 서슬을 경험한 조건반사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이 앞으로 걸어나가는데 기업 없이 되나.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는데 기업은 필요가 없나. 가려운 곳 긁어주고, 아픈 곳 쓰다듬어줘도 글로벌 경제 정글에서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데 윽박지르고 호통치는 게 웬 말인가.
 
위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비해선 조건이 좋다. 심지어 힘 빠진 정권 말기가 힘 센 정권 초기로 바뀌지 않았나. 그 힘을 기업 옥죄는 데 쓸 것이 아니라 끌어주고 밀어주는데 쓰면 오죽 좋을까.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지금보다 더 자주, 더 오래 만나야 한다. 전임자의 잘못 때문에 만남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지난번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호프미팅’과 같은 ‘세리모니형’ 만남은 한 번이면 족하다. 한 명이 부담스럽다면 두 세 명도 좋다. 이런 만남을 통해 우리 경제의 어디가 곪았는지,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도려낼 것인지를 제대로 알아내야 한다. 때론 등을 두드려주는 걸 잊어선 안된다.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김준현 산업데스크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