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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월 급여 100만원 이상..'열정페이' 아닌 포스텍의 착한 현장실습

중앙일보 2017.08.27 16:50
방학 중 현장실습에 나선 포스텍 4학년 김해연(왼쪽에서 세번째)씨가 24일 오전 실습기관인 '스마투스' 임직원 앞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시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 회사 김문수 대표다. 포스텍은 지난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3개월동안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방학 중 현장실습에 나선 포스텍 4학년 김해연(왼쪽에서 세번째)씨가 24일 오전 실습기관인 '스마투스' 임직원 앞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시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 회사 김문수 대표다. 포스텍은 지난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3개월동안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포스텍(POSTECH) 기계공학과 4학년 김해연(22)씨는 지난 달 초부터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 콘텐트 기업인 ‘스마투스’(서울 서초동)에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다. 대학원 진학과 취업을 두고 고민하던 그는 전공과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고 싶어 현장실습을 신청했다.  
 

지난해부터 여름방학 석달로 늘리고 현장실습 독려
2년 동안 학부생 절반 가까이 참여, 올해 25% 참가

근무 여건, 실제 업무 부여 등 조건 따져 기관 추천
학내 공감대, 관리, 사후 평가 삼박자 맞아 성공

질 좋은 기관 정보 아는 교수 참여 이끄는 게 핵심
대학가 "포스텍 실험 공감, 대학의 적극적 관리 필요"

 김씨는 고객 매출 데이터 분석부터 회사가 신사업으로 발굴 중인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시장조사 등 핵심 업무를 보조하며 업무를 배워가고 있다. 그가 받는 실습비는 월 150만원.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기준이다. 
 
 회사는 울산이 집인 김씨를 위해 원룸을 임대해주고, 월세와 전기세·관리비 등 각종 세금까지 지원한다. 김씨는 “단순 업무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배울 수 있고 근무 조건도 좋아 다음 학기를 휴학하고 6개월 동안 현장실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텍 4학년 김해연씨(미색 원피스)가 현장실습 중인 스마투스 임직원들에게 고객 매출 데이터 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포스텍 4학년 김해연씨(미색 원피스)가 현장실습 중인 스마투스 임직원들에게 고객 매출 데이터 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전 현장실습을 위해 수십 곳의 기업∙연구소에 원서를 내면서 면접을 보러 다닌다. 대학에서 기관을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학생 본인이 직접 기관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기업이 실습비 지급을 부담스러워해 무일푼으로 현장실습을 하는, 이른바 '열정페이'도 많다. 지난해 대학정보공시(4년제대와 전문대 359곳 기준)에 따르면 현장실습생 중 76%(11만3180명)가 실습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어려움을 전혀 겪지 않았다. 포스텍이 지난해부터 여름방학 동안 실시 중인 현장실습 프로그램인 SES(Summer Experience in Society) 덕분이다. 
 
 SES는 학교가 일정 근무조건과 실제 업무 투입 등 질 높은 기업∙연구소만을 추려 학생들에게 추천해주는 현장실습 과정이다. 하루 8시간 근무, 월 실습비 100만원 이상인 곳만 추천한다. 기관 추천과 실습 과정, 사후 평가까지 학교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게 특징이다.  
 
 포스텍은 지난해부터 여름방학을 3개월(6~8월)로 늘리고 학부생 전체를 대상으로 현장실습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산업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근무조건이 좋은 것뿐 아니라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실제 업무를 경험해볼 있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전상민 포스텍 입학학생처장은 “현장실습이 성공하려면 기관과 학생 사이 ‘미스매칭’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기관이 실습생에게 요구하는 전공·업무역량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학생들에게 충분히 제공해 본인에게 맞는 기관을 찾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수학과 2학년 임병찬(20)씨는 6월 말부터 5주 동안 LG CNS의 하이테크개발사업부 개발혁신팀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임씨는 해당팀이 실제 사업으로 진행 중이던 홈페이지 설계 업무를 맡았다. 
 
 임씨는 “현장실습생이라고 무시당하지 않고 실제 업무에 힘을 보태면서 배웠다”며 “내가 기획한 설계에 맞춰 실제 개발을 책임지는 팀과 매일 회의하면서 프로토 타입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의 반응도 좋다. 김상욱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학교에서는 과제만 잘 하면 됐던 학생들이 기업에서 실제 업무를 담당해보면서 책임감을 기른 것 같다”며 “전공 지식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고부터 학업에 더 열의를 갖게 된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기업 역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는 "학교가 우리가 원하는 전공과 업무역량을 미리 조사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공지해줘 원하는 인재를 찾기가 쉽다"며 "또 학교가 직장예절 교육 등 사전교육과 사후평가를 철저히 해 회사 내 평가가 좋다"고 말했다.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포스텍은 당초 현장실습 참가율이 평소 5%로 높지 않은 대학이다. 이공계특성화 대학으로 학부생 대부분이 대학원 또는 유학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ES 실시 후 현장실습 참가 비율은 시행 둘째 해인 올해 여름 24.7%(355명)까지 올랐다. SES는 의무가 아니지만 2년 동안 학부생 전체의 절반 가까운 인원(42.8%)이 현장실습에 참가했다. 
 
 SES의 안착은 ‘학내 공감대 형성→관리→사후 평가’ 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장은 “프로그램 도입 전 3개월 동안 교수·학생들과 충분하게 토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매달 2차례 교수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SES 도입을 설득했다. 전 처장은 “무엇보다 좋은 기관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교수 추천을 받아 질 높은 기업·연구소를 추렸다. 지난해엔 76곳을, 올해 여름엔 119곳을 골라 학생들에게 추천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교수들을 상대로 현장실습 프로그램인 SES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교수들을 상대로 현장실습 프로그램인 SES 도입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포항=프리랜서 공정식

 
 또 지속적인 관리와 사후 평가로 현장실습의 질을 높였다. SES 업무를 담당하는 학생지원센터와 해당 기관을 추천한 교수는 현장실습 기간 중 해당 기관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한다.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직장 예절 등 매너 교육도 받는다. 실습 마무리 후엔 실습 중 업무 수행 정도를 담은 수행결과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한다. 기관은 A~D(최고점 A)까지 네 등급으로 실습생을 평가한다. 학교는 수행평과보고서와 기관 평가를 종합해 참가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한다. 
 
실습 기간 4주 당 1학점, 총 4학점까지 학점을 인정 받을 수 있는데 기관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D를 받으면 학점을 부여하지 않는게 원칙이다. 
 
전 처장은 “대학이 단지 학생을 내보내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직장 예절 등 사전 교육과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해야 기업도 대학의 프로그램을 믿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들 사이에서도 포스텍의 현장실습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우승 한양대에리카 부총장은 “대학이 단지 학생을 현장실습에 내보내는 것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질 높은 기업·연구소를 발굴하는 질적인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텍처럼 현장실습 전반을 관리하면서 우수 학생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면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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