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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극심한 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 '이것' 서둘렀다

중앙일보 2017.08.27 14:53
 국민 4명 중 1명(26.7%·2015년).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노인 비율이다. 
 

국민 4명 중 1명 노인, 한국보다 10~20년 빨라
거동 불편 노인 증가따른 '쓰레기집' 문제 대두

일본 지자체, 쓰레기 대신 버려주는 서비스 실시
고독사 방지 위해 안부 확인 "한국도 눈여겨봐야"

'지방소멸' 사회적 반향, 정부 차원 대책 나서
지방 이주 촉진하고 자립 생활권 전국에 꾸려

 일본은 고령화 문제도 한국보다 10~20년 앞서 겪었다.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큰 한국으로선 일본의 대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이 일명 '쓰레기 집(고미야시키)'이다. 집안의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걸 말한다. 
 
 쓰레기 집의 주인은 주변과 단절된 생활을 하는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거동이 불편해 계단·문턱 같은 장애물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 낸다. 때로는 고독사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쓰레기와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선 고령화로 쓰레기를 버리기 어려운 독거 노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일명 '쓰레기집'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사진 위키피디아]

일본에선 고령화로 쓰레기를 버리기 어려운 독거 노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일명 '쓰레기집'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사진 위키피디아]

 이 때문에 쓰레기 집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와 맞물려 10여년 전부터 일본의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그러자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선 독거노인의 집을 직접 찾아가 쓰레기를 버려주는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현재는 전체 지자체의 23%가 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관 앞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알아서 처리해주거나 정해진 수거일이 아니더라도 별도의 쓰레기통에 미리 버리도록 하는 식이다. 
 
 교토시는 2014년 조례를 따로 제정해 주인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시가 대신 현장 조사·쓰레기 철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의 안전을 위해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단지 쓰레기만 버려주는 게 아니다. 고독사 방지 차원에서 노인의 안부 확인을 해주는 곳도 많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때는 쓰레기 수거 직원이 집안 상황을 확인하고, 응답이 없으면 지자체 연락망을 활용해 보호자에게 알리는 식이다. 
 
 이처럼 고독사 예방 정책을 쓰레기 배출 지원 서비스와 병행하는 지자체 비율은 73%에 달한다. 
 
 김성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초고령사회가 다가온 한국에서도 일본이 쓰레기 집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복지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정의 '하토야마 뉴타운'은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다. 현재는 고령화에 따라 빈집이 늘어나는 상황을 겪고 있다. 하토야마 뉴타운 타운센터에서 나온 노인들의 모습. [중앙포토]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정의 '하토야마 뉴타운'은 고도성장기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다. 현재는 고령화에 따라 빈집이 늘어나는 상황을 겪고 있다. 하토야마 뉴타운 타운센터에서 나온 노인들의 모습. [중앙포토]

 고령화 때문에 지방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도 유사하다. 지난 2014년 5월 공개된 '마스다 보고서'는 2040년까지 지자체(시·구·정·촌)의 절반인 896개가 사라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장관 주도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 '지방소멸'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중앙포토]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 '지방소멸'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중앙포토]

 마스다 전 장관은 그 후에『지방소멸』이란 책을 쓰고 "지방 인구는 소멸하고 수도인 도쿄 한 곳으로만 인구가 집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0~2015년 대부분의 일본 중소도시·농촌에선 인구가 크게 감소한 반면 도쿄도 등 3대 대도시권 일부는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가속화되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 9월 아베 신조 총리는 '마을·사람·일자리 창생본부'라는 총리 직속 기구를 신설해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 
 
 이를 토대로 균형 발전을 내세운 '지방 창생'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안정된 지방 일자리 창출, 지방으로의 이주 촉진, 시·정·촌 합병 등 행정체계 개편,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 독려 등이 주된 내용이다.  
 
  또 인구가 적은 농어촌에서도 생활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정주자립권역'을 장려하고 있다. 굳이 대도시로 가지 않아도 교육·의료·복지 등 각종 서비스를 누리도록 하는 취지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국에 110개 권역을 구성한 상태다. 중앙 정부가 각 권역별로 1억엔(약 10억3000만원)의 지원금을 보내 인구 유출을 최소화하고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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