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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다시보기] 곱창 싫어하더니 곱창집으로 대박냈네

중앙일보 2017.08.26 00:01
맛대맛다시보기18.오발탄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다시보기’ 18회는 곱창(2014년 3월 19일 게재)이다.  

카페 알바가 바꿔놓은 인생
기자 거쳐 음식점 사업 성공
중국 어렵다지만 오히려 확장 예정

참고로 곱창은 크게 소곱창과 양곱창이 있다. 소곱창은 소의 작은 창자를 뜻하고 양곱창은 양의 곱창이 아니라 소의 네 개의 위 가운데 첫 번째 위를 말한다. 두 번째 위는 천엽, 세 번째는 절창, 네번째 위가 막창(홍창)이다. 대창은 소의 큰 창자를 말한다. 
오발탄의 양대창구이. 연통을 달아 연기를 위로 빼는데 연기가 빨려 올라가면서 음식을 한번 감싸줘 내장 특유의 잡내를 없애고 숯향을 더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오발탄의 양대창구이. 연통을 달아 연기를 위로 빼는데 연기가 빨려 올라가면서 음식을 한번 감싸줘 내장 특유의 잡내를 없애고 숯향을 더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카페 알바가 인생 전환점  
대학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면서 사진기자를 꿈꿨던 이헌룡(55) 오발탄 대표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식 장사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이 대표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일이었는데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게 좋았다"며 "그때부터 막연히 언젠가 음식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대표가 일했던 카페는 '사이폰 커피' 전문점이다. 삼투압 작용을 활용해 추출하는 사이폰 커피는 한 잔에 2500~300원으로, 1980년대 초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꽤 비쌌다. 그럼에도 테이블에서 직접 알코올램프로 물을 끓이는 신기한 모습 때문에 늘 손님이 많았다. 
"평범한 커피를 파는 카페였다면 장사하겠다는 꿈을 안 꾸었을 수 있죠. 살아보니 인생에 이런 전환점이 몇 번 있더라고요. " 
이헌룡 대표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음식 장사를 꿈꿨다. 월간지 사진기자로 전국의 맛집을 돌며 맛뿐 아니라 경영자의 자세를 배웠다. 김경록 기자

이헌룡 대표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음식 장사를 꿈꿨다. 월간지 사진기자로 전국의 맛집을 돌며 맛뿐 아니라 경영자의 자세를 배웠다. 김경록 기자

준비 부족으로 사기당해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심지어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제대 후 카페 자리를 알아보던 이 대표에게 한 부동산업자가 '그런 건 돈이 안 된다'며 어딘가로 끌고 갔다. 198㎡(60평) 정도 되는 당구장이었는데 사람이 꽉 차 있었다. 곧바로 당구장을 인수했다. 학생 때라 사업자금이 없어 가족의 도움을 받았는데 불과 1년 만에 망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꽉 차 있던 손님은 전부 그 부동산업자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먼 당구장이라 아무리 가격이 싸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 장사 안되는 가게였는데 부동산업자가 꼼수를 부린 것이었다.  
비록 망했지만 이 대표는 이 경험을 통해 사업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사회 경험을 충분히 쌓기 전엔 절대 사업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식당 취재하며 자산 쌓아  
외식업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한 식당 관련 월간지에 입사했다. 6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유명하다는 식당은 모두 가봤다. 수많은 식당을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하나가 경영자의 자세다.  
"잘나간다고 해서 취재를 했는데 다음 해에 찾아가보면 망해나간 집이 숱했어요. 식당이 좀 잘되면 주인이 가게 밖으로 돌더라고요. 가게 관리가 안일해질 수밖에 없던 거죠."
94년 회사를 나온 이 대표는 서울 논현동에 연 작은 돼지고기집을 시작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돼지고기집은 잘됐고, 천호동에 있던 소고기집까지 인수했다. 기존에 하던 돼지고기집보다 규모는 5배나 컸지만 장사는 잘 안되는 곳이었다. 그는 하루만에 원인을 찾았다. 소고기 장사에 어울리지 않는 상권이라는 점이다. 하루 만에 간판을 돼지고기집으로 바꿔 달았다. 
"딱 봐도 소고기는 안 팔릴 곳이었는데 주인 욕심에 억지로 장사를 하고 있던 거더라고요. 돼지고기를 팔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성공궤도에 올랐어요. "
그는 칼국수전문점과 바비큐전문점도 했다. 그러다 2000년 양대창전문점 '오발탄'을 시작했다.  
'비법소스'로 숙성한 오발탄의 양대창. 내장을 싫어하던 이 대표는 부산의 유명한 '오막집'에서 양대창을 맛본 후 그 맛에 반했다. 김경록 기자

'비법소스'로 숙성한 오발탄의 양대창. 내장을 싫어하던 이 대표는 부산의 유명한 '오막집'에서 양대창을 맛본 후 그 맛에 반했다. 김경록 기자

부산서 먹은 양·대창에 반해  
사실 이 대표는 내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산의 유명 양·대창집인 '오막집'에서 양대창을 먹어보곤 '이거다' 싶었다. 그는 양·대창 맛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하다는 양·대창집을 다 다녔다. 그때 함께한 동업자가 있다. 2006년까지 함께하다 2009년 압구정동에 따로 '연타발'을 창업한 이명호 대표다.  
두 사람은 구이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기를 아래로 빼는 방식에서 연통을 천정에 달아 위로 빼는 상향식 방법을 도입했다. 직화구이는 연기가 빨려 올라가면서 음식을 한 번 감싸주야 내장 특유의 잡내를 없애고 숯향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도에 민감한 양·대창을 늘 얼음물로 손질하는 등 식재료 관리도 철저하다.가게는 문을 열자마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2002년 송파점에 이어 2003년 서초점까지 매장을 3개로 늘렸다. 동일한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매장은 직영점으로만 운영했다.  
이천에 있는 오발탄식자재공장에서양·대창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내장은온도에 민감해 늘 얼음물로 손질한다. 김경록 기자

이천에 있는 오발탄식자재공장에서양·대창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내장은온도에 민감해 늘 얼음물로 손질한다. 김경록 기자

위기는 늘 정면돌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4년 광우병 파동이 터졌다. 내장이 위험하다는 말에 1000만원이던 하루 매출은 광우병 파동 이후 1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는 "소고기 먹는 게 양잿물 먹는 거와 같다는 말까지 돌 정도로 분위기가 안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좌절하는 대신 남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한국 사람이 평생 소고기를 안 먹을 건 아니잖아요. 언젠간 수그러들 거로 생각했죠. 그래서 그해 삼성점을 또 열었어요. 그것도 200석이 넘는 2층 규모로요. 다들 미쳤다고 했죠. "
이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광우병 이야기는 점차 사라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삼성점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발탄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를 발판으로 부산과 울산 등 전국을 넘어 중국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열전도율이 좋은 구리로 만든 석쇠를 사용한다.김경록 기자

열전도율이 좋은 구리로 만든 석쇠를 사용한다.김경록 기자

맛대맛에 소개된 지 3년이 지났다. 승승장구하던 이 대표에겐 숨을 고르는 시기였다. 임대료가 너무 올라 문을 닫은 매장도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에다 경기 침체로 손님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야심차게 진출했던 중국 시장은 고도미사일방어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최근 상하이 매장 문을 닫았다. 중국을 포함해 23개이던 매장은 17개로 줄었다. 
하지만 과거 광우병 파동때 정면 돌파를 선택했던 것만큼 이번에도 이 대표는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중국 시장은 사드 이전까지 장사가 잘됐던만큼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새롭게 눈여겨 보는 곳은 일본이다. 현재 일본 도쿄에 안테나숍 개념의 매장을 운영중인데 반응이 좋아 곧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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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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