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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이 우리 존중, 나도 존중"…틸러슨 "북 자제력 보여줬다"

중앙일보 2017.08.23 17:1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태도를 존중한다”며 “여기서 긍정적인 뭔가(something positive)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오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평양 정권이 확실히 일정 수준의 자제력을 보여줘 기쁘다. (이런 모습이) 가까운 장래에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신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틸러슨의 대북 발언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략 변화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나왔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어떤 도발도 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으며 인정하고 싶다”고도 했다.  

트럼프 "화염·분노" 열흘 만에 잇따라 대북 유화 발언 나와
NYT "틸러슨은 당근, 므누신 재무장관 채찍역…이중전략"

최근까지 북한에 대해 말폭탄을 던졌던 트럼프와 틸러슨이 이처럼 잇따라 유화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북한에 대한 가장 유화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하면서 발언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 기조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8일 “화염과 분노”, 10일 “무기장착을 마쳤다” 등 당장 군사 행동을 취할 것 같았던 태도를 보였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아프가니스탄 신전략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2일 아프가니스탄 신전략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AP=연합뉴스]

틸러슨 장관도 최근 북한과 협상 조건을 낮춰가며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방한 때 “북한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며 핵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데서 최근엔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 등 진지한 선의(good faith)를 보이는 것으로 완화시켰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 교체나 북한 정권 붕괴, 통일 가속화, 미군이 38선을 넘지 않겠다는 ‘4NO’원칙을 천명하며 체제보장 약속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ㆍ미 간 모종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 등은 최근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박성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간 ‘뉴욕 채널’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와 관련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응답을 피한 적이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조셉 윤 대표에게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직접 지시했다”며 “뉴욕 채널을 통한 북ㆍ미 간 물밑 협상에서 북한이 김동철 목사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향후 대화 움직임이 구체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과 직접 협상 쪽으로 전환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뉴욕 타임스는 “틸러슨 국무장관은 당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채찍 역할을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제재를 통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듀얼 트랙(Dual Track)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오전 중국ㆍ러시아 등 기업 10곳과 개인 6명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석탄 수출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북한의 돈줄과 원유 수입선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번 제재 대상엔 북한산 무연탄을 거래한 중국의 단둥지청금속ㆍ단둥텐푸무역ㆍ단둥시추무역 등이 포함됐고 아프리카 각국에서 대형 동상과 건설업을 수주한 평양 만수대창작사의 자회사인 나미비야 만수대해외개발도 포함됐다. 므누신 장관은 성명에서 “중국ㆍ러시아 등 다른 어떤 나라의 개인과 기업도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입을 얻도록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레온 시걸 미국 사회과학위원회 동북아프로젝트 국장은 이날 대북전문매체 38노스 기고를 통해 “이제 워싱턴이 조건을 내세워 평양이 대화를 수용하도록 압박에 나섰지만 과거 협상 실패로 볼 때 북ㆍ미 대결을 완전히 종식하려는 협상이 없는 압박은 실패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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