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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지진 잔해서 맏형 기지로 삼형제 생환 '이스키아의 기적'

중앙일보 2017.08.23 16:49
 고급 휴양지인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의 이스키아섬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일어나 2명 숨지고 최소 40명이 다친 가운데 어린 삼 형제가 22일(현지시간) 무너진 잔해 속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맏이인 11살 형이 기지를 발휘해 동생을 살려내 ‘이스키아의 기적'으로 불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스키아섬 카사미치올라에 있던 이층집은 지난 21일 오후 9시쯤 발생한 지진으로 무너져내렸다. 임신한 어머니는 욕실에 있다가 창문을 통해 탈출했고, 아버지 알레스산드로도 무너진 2층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부엌 놀이 공간에 있던 7개월 된 아들과 침실에 함께 있던 7살, 11살 삼 형제는 잔해에 갇혔다.

휴앙지 이스키아섬서 규모 4.0 지진으로 2명 숨지고 40명 부상
주택 잔해서 7개월, 7살, 11살 삼 형제 16시간만에 차례로 구조돼
맏형 치로, 동생 침대 밑으로 끌어당기고 빗자루 두드려 위치 알려

22일 이탈리아 이스키아 섬에서 지진 잔해에 갇혀 있던 꼬마 삼형제가 차례로 구조됐다. 왼쪽부터 7개월 마르몰로, 7살 마티아스, 11살 치로. [AFP=연합뉴스]

22일 이탈리아 이스키아 섬에서 지진 잔해에 갇혀 있던 꼬마 삼형제가 차례로 구조됐다. 왼쪽부터 7개월 마르몰로, 7살 마티아스, 11살 치로. [AFP=연합뉴스]

 하지만 지진 발생 7시간 만인 22일 오전 4시쯤 하얀 잠옷을 입은 젖먹이 파스콸레마르몰로가 큰 상처 없이 가장 먼저 잔해 더미에서 구조됐다. 그로부터 7시간 뒤인 오전 11시쯤 7살 마티아스가 시멘트 먼지로 뒤덮인 채 구조됐다. 맏형 치로는 마티아스가 구조된 지 2시간여가 지나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극적으로 구조되는 장면을 본 아버지와 구조대원, 마을 주민 등은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특히 맏형 치로는 지진 당시 함께 방에 있던 동생 마티아스를 침대 밑으로 잡아 끌었고, 이로 인해 마티아스가 생존한 것으로 밝혀져 ‘꼬마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스키아섬 경찰 지휘관인 안드레아 젠틸레는 “치로가 마티아스를 손으로 감싼 채 침대 밑으로 잡아끌었고, 빗자루 손잡이로 잔해를 계속 두드려 구조대에 위치를 알렸다"며 “사실상 그가 두 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는 치로의 신호 덕분에 매몰 위치를 파악해 잔해 틈으로 물을 건네주고 계속 말을 시키며 형제를 안심시켰다. 대원들은 추가 붕괴를 우려해 맨손으로 잔해를 치운 끝에 삼형제를 구조해냈다.
 구조대 관계자는 “지붕이 추가 붕괴할까봐 중장비를 사용하지 못해 구조 시간이 오래걸렸는데 세 형제를 모두 구한 것은 기적"이라고 감격해했다.
기지를 발휘해 동생들의 목숨을 살린 맏이 치로가 지진 잔해 속에서 구조돼 옮겨지고 있다. [스플레시뉴스 캡처]

기지를 발휘해 동생들의 목숨을 살린 맏이 치로가 지진 잔해 속에서 구조돼 옮겨지고 있다. [스플레시뉴스 캡처]

 삼 형제는 병원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던 어머니와 만났다. 치로가 오른쪽 발 골절 때문에 처치를 받았을 뿐 모두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들 가족은 23일 퇴원할 예정이다.
 휴가철에 발생한 지진으로 헬기와 페리 선박이 구조대원을 육지에서 이스키아로 실어날랐고, 관광객과 주민 1000명이 추가 지진 피해를 우려해 섬을 떠났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8월 24일 규모 6.0의 강진이 중부 산간지대를 덮쳐 299명이 사망하는 등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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