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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주년]'북핵 해결 이후 한반도' 그림, 한·미·중이 함께 그려야

중앙일보 2017.08.23 16:09
한·중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플레이어들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는 모순된 특징이 있다.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북한을 자꾸 싸고 도는 중국을 한국은 이해하기 힘들다. 함께 겪은 세월이 25년인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미국 말만 듣는 한국이 중국에게는 야속하기만 하다. 이처럼 양국 관계에서 북한과 미국은 미운 시누이 혹은 시어머니처럼 항상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전문가 25명은 이를 ‘구조적 한계’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중 간 갈등의 80%는 북한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한·미 동맹과 한·중 간 협력 구조 사이의 갈등을 그 간 의도적으로 숨겨 왔지만, 북핵 능력 고도화로 인해 표면에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중 간 안보 이해관계에서의 대립은 구조적인 것으로, 이런 문제에서 중국의 지지를 받겠다는 환상이나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북핵이 존재하는 한 한·중이 안보 분야에서 협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둘만 잘 지내보자고 약속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난달 7일(현지시각)독일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문화공연장에서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며 인사하고 있다. 뒷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일방에 편향적인 외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달 7일(현지시각)독일 함부르크 엘브필하모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문화공연장에서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며 인사하고 있다. 뒷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도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일방에 편향적인 외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제가 북핵이라면 해법도 북핵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핵 문제 해결이 한·중 뿐 아니라 중·미 및 한·미 관계에도 득이 된다는 생각을 중국이 갖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 강화를 막는 완충지대(buffer zone)로 인식하고 있는데, 핵이 없는 북한도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한·미·중 3국이 합의하고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다.
 
장기적 안목으로 ‘북핵 해결 이후의 한반도’ 그림을 함께 그리라는 조언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북핵 문제가 해소된 뒤의 한국이 ‘반중적 국가’가 아니라 ‘친중적 국가’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중국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중국의 우려를 없애려면 통일 한국의 군사적 위상, 즉 주한미군의 휴전선 이북 주둔 여부나 지상군 철군 여부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해 합의점을 미리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중 전략대화가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남 고려대 중국연구센터장도 “한국은 한·미 동맹의 지원 하에 일방적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중국이 ‘북한 붕괴 시 생길 전략적 손실’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듯한 줄타기 외교는 금물이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박근혜 정부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이원적 구도를 유지해 양자 택일의 곤란한 상황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한·중 양자의 노력만으로는 갈등을 풀기 힘든 구조에 들어선 만큼 ‘2D(평면적)’가 아니라 ‘3D(입체적)’로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엽 인하대 중국연구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미·중 간 경쟁 구도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한·중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미국이나 중국 어느 일방에 편향적인 정책을 쓰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동맹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탄력성을 발휘할 시점이 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날 때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생각을, 트럼프를 만날 때는 시진핑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다음 수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문제를 주제로 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주군 초전면사무소를 방문한 박재민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이 주민들의 항의로 부딪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7일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문제를 주제로 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성주군 초전면사무소를 방문한 박재민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이 주민들의 항의로 부딪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불안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완전 배치와 관련,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결정하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중국에는 사드 배치 결정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미국에는 한국이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불신을 줄 소지가 있었다. 외교가에서는 “박근혜 정부는 중국에게만 미움 받았지만, 이번 정부는 미·중 모두에게 미움 받게 생겼다”는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미·중 사이에서 그때 그때 편의적이고 임시방편식으로 대응해 어려운 순간을 모면하려 하면 신뢰 문제가 생겨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우리의 지향점을 먼저 정한 뒤 이에 맞춰 일관되고 완성도 높은 조치들을 마련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는 “국익에 따른 외교라는 원칙을 유지, 미·중 양쪽 모두에게 한국은 함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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