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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대모’ 한명숙 출소…사법적폐 청산 나선 민주당

중앙일보 2017.08.23 15:18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미리 마중 나온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채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이날 만기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2년 동안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으며, 한결같이 응원해준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상조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새벽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미리 마중 나온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채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이날 만기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2년 동안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으며, 한결같이 응원해준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상조 기자

23일 오전 5시 10분께 경기도 의정부교도소 문이 열리자 한명숙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색 재킷에 흰색 바지를 입은 한 전 총리의 얼굴은 다소 수척했다. 수감 전보다 몸무게가 7~8㎏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불법 정치자금 받은 혐의로 2년형…23일 만기출소
이해찬 전 총리, 강금실 전 장관 등 ‘원조 친노’ 상당수 마중
한명숙 전 총리 “2년간 고통 있었지만 새 세상 만나게 됐다”
“한 전 총리, 치과 치료 받고 몸 추스린 뒤 ‘통합’ 힘 보탤 듯”
한 전 총리 출소 계기로 민주당 ‘사법적폐 청산’ 드라이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이 사법 개혁 신호탄 되길”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노란 풍선과 ‘이젠 웃어요’ 등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한 전 총리의 출소를 맞았다.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5년 8월 징역 2년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한 전 총리의 만기출소였다.  
 
이 자리에는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ㆍ전해철ㆍ홍영표 의원 등 ‘원조 친노’도 대거 등장했다. 이밖에 민주당에선 문희상ㆍ우원식ㆍ정성호ㆍ기동민 의원 등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몰렸다. 한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대모’로 불렸던 만큼 유승희ㆍ김상희ㆍ유은혜ㆍ전현희ㆍ진선미ㆍ남인순ㆍ백혜련 의원과 이미경ㆍ김현ㆍ전순옥ㆍ최민희 전 의원 등 전현직 여성 의원들도 몰려나왔다.
23일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신을 마중 나온 지지자와 포옹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23일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신을 마중 나온 지지자와 포옹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한 전 총리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일일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이후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이른 아침에 맞아주시기 위해 멀리 달려오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2년 동안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분들의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없었던 이들은 SNS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한 전 총리가 가을의 문턱에 새로운 세상의 품으로 돌아오셨다”고 적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국회의원ㆍ환경부장관으로 발탁한 인연을 소개하며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썼다.
 
한 전 총리는 가까운 정치인들과 조찬에서 “일단 치과 치료 등을 받고 몸을 먼저 추스리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의 이화여대 후배인 김상희 의원은 “한 전 총리는 통합과 포용의 상징성이 큰 분”이라며 “안정과 휴식의 시간을 가진 뒤 당 안팎에서 ‘통합’의 힘이 필요한 국면국면마다 힘을 보태실 것”이라고 말했다. 실형 판결 이후 당적을 이탈한 한 전 총리의 복당 여부와 관련해선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 않아 돌아오실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사관학교 생도처럼 길러지는 엘리트 사법 관료의 관성을 타파하는 노력이 앞으로 보여져야 한다”면서 사법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도 “곪을대로 곪은 사법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현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사관학교 생도처럼 길러지는 엘리트 사법 관료의 관성을 타파하는 노력이 앞으로 보여져야 한다”면서 사법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도 “곪을대로 곪은 사법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현 기자

 
민주당은 진보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에 이은 한 전 총리 출소를 계기로 ‘사법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본격 발동을 건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명수 후보자 지명이 사법 개혁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관 출신의 추 대표는 “사관학교 생도처럼 길러지는 사법 엘리트 관료를 떼어내고 이런 관성을 타파하는 노력이 보여져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사법부가 조작으로 판단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을 거론하며 “기소독점권을 쥔 검사와 양심을 가린 사법부가 인권침해의 공범이 됐다. 사법부가 치부를 드러내고 다시는 적폐가 일어나지 않는 기풍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임명에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한국당은 사법부의 정치화와 코드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곪을대로 곪은 사법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에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 한 전 총리 출소를 마중나온 문희상 의원은 추 대표가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취재진이 묻자 “그 대목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사법부 정치화’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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