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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계란서 DDT 검출된 농장주 "문닫고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활용"

중앙일보 2017.08.23 14:42
계란과 닭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재래닭 사육농장. 이 농장은 완전 방사형은 아니지만 밀집형보다 닭의 사육 환경이 자유로운 상태다. 프리랜서 공정식

계란과 닭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재래닭 사육농장. 이 농장은 완전 방사형은 아니지만 밀집형보다 닭의 사육 환경이 자유로운 상태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7일 계란에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됐던 경북 영천시 도동의 한 재래닭 사육농장. 이곳에서 키우는 닭에서도 잔류 허용치를 넘어서는 DDT 성분이 검출됐다.

영천 농장 계란 이어 닭도 기준치 넘는 DDT 나와
농장주 이몽희씨 "농장 닫고 교육장 세울 것"
환경재앙 교육장 운영할 환경단체 찾아나서

 
이에 따라 농장주 이몽희(55)씨는 23일 "계란과 닭 모두 DDT 성분이 검출된 만큼 토양이 오염됐다고 보고 농장 운영을 그만두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사육 중인 닭과 계란도 전량 폐기할 계획이다.
 
이씨는 이어 "어차피 농장 문을 닫으면 이곳이 공장 부지로 개발되거나 아무도 쓰지 않는 땅이 될 것"이라며 "그럴 바에는 환경 오염의 무서움을 후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환경재앙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1일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재래닭 사육농장에서 농장주 이몽희씨가 기자회견을 자처해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성분 검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21일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재래닭 사육농장에서 농장주 이몽희씨가 기자회견을 자처해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성분 검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씨는 앞으로 지자체와 협조해 닭과 계란을 폐기하는 한편 환경 재앙 교육장을 운영할 환경단체 등을 찾아나설 예정이다. 그는 "운영 주체를 찾은 뒤에는 농장 부지를 3년간 무상 임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씨의 농장에선 계란에서 0.047㎎/㎏의 DDT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가 전국 683개 친환경 인증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DDT 성분이 검출된 2곳(영천·경산) 중 1곳이다. 9개 건물에서 산란계를 비롯한 닭 85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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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된 DDT는 잔류 허용 기준치인 0.1㎎/㎏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이씨는 곧장 계란 유통을 중단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반감기가 최대 40년이라고 하는 DDT는 일반 농약과 다르다. 오염 경로가 밝혀질 때까지는 계란은 외부로 반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학조사 결과 농장 토양이 DDT에 오염됐다고 나오면 나는 이 농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2일 오후 이씨가 사육 중인 닭에서도 DDT 성분이 검출됐다. 경북동물위생시험소가 이 농장의 닭 8마리를 가져가 검사한 결과 한 마리도 빠짐 없이 지방층에서 DDT가 검출됐다. 특히 이 중 2마리는 닭의 DDT 잔류 허용 기준치인 0.3㎎/㎏보다 높은 0.41, 0.305㎎/㎏으로 나타났다.
21일 오후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들이 계란에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재래닭 사육농장을 방문해 계란을 비롯해 토양과 깃털 등 시료를 채취하며 농장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1일 오후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들이 계란에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재래닭 사육농장을 방문해 계란을 비롯해 토양과 깃털 등 시료를 채취하며 농장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씨의 농장과 함께 계란에서 DDT 성분이 검출됐던 경북 경산시 하양읍 한 농장의 닭에서도 표본 추출한 12마리 모두 DDT 성분이 나왔다. 이 중 1마리가 0.453㎎/㎏으로 기준치 이상 DDT가 확인됐다.
 
이와 관련, 경상북도는 DDT가 검출된 영천의 이 농장이 과거에 복숭아 과수원이었고 경산 농장은 사과 과수원이었던 사실을 농림축산식품부 측으로부터 DDT 검출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에 뒤늦게 확인했다.
 
농장주 이몽희씨는 "과거 복숭아 과수원을 인수해 농장을 운영한 지 8년이 넘었다. 수십년 전 사용했던 DDT가 아직도 땅에 남아 오늘날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는 상황을 환경 재앙 교육장에서 여실히 보여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란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반출을 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 둔 계란. 영천=김정석기자

계란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경북 영천시 도동 한 산란계 농장에서 반출을 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 둔 계란. 영천=김정석기자

 
한편 DDT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전장에서 사용됐다. 당시 기승을 부리던 말라리아와 발진티푸스를 퇴치했다. 6·25전쟁 때 벼룩과 이를 잡기 위해 피란민에게 뿌려진 흰 가루약이 바로 DDT였다. 전쟁 이후에는 농약으로 살포돼 식량 증산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DDT는 해충뿐만 아니라 천적마저 없애버려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즉각적인 해는 없더라도 자연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암이나 생식이상을 초래했다. 69년 11월 12일 미국 보건부가 DDT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에서는 79년부터 시판을 금지했다.
 
영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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