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코스피로 이사 가면 무조건 이득?…'이전상장' 궁금증 세 가지

중앙일보 2017.08.23 14:10
다음달 29일 코스닥 1위 업체 셀트리온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코스피로 이전상장할지 여부를 가린다. 지난달 코스닥 2위 업체 카카오가 코스피로 갈아탄 후 충격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셀트리온마저 떠난다면 투자자 사이에서 코스닥이 '2부 리그'라는 인식은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코스닥 1위 셀트리온 다음 달 이전 상장 여부 결정
1999년 이후 46개 이전상장…모두 주가 오르진 않아
코스피200 편입되면 시가총액 급증하는 효과
금융당국 공매도 규제 강화책 내놨지만 이전 막기 역부족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46개다. 현대중공업(1999년), 엔씨소프트·기업은행(2003년), 네이버(구 NHN·2008년) 등 굵직한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1996~1997년 41개 회사가 이전상장했지만 특정 날짜에 대규모로 이뤄져 통계적으로 의미 있어 보이진 않는다. 때 되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갈아타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되고 있는데 이전상장이 무조건 기업 가치를 올려주는 특효약일까. 과거 사례들을 통해 따져봤다.
 
코스피로 가면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
 
무조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답이다. 주가가 오른 대표 사례는 네이버다. 2008년 11월 코스피로 간 네이버는 주가가 이전상장 직전 11만6600원에서 1년 후 18만5000원으로 59% 올랐다. 이전상장 당시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20위권으로 예상했지만 몸집이 빠르게 불어나 이제 8위가 됐다. 2010년 7월 이전상장한 주류회사 무학도 이전상장 1년 후 주가가 137%(5354→1만2672원) 뛰었다.
 
이처럼 주가 부양은 코스닥 종목이 코스피로 가려는 첫째 목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피로 이전상장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수급 확보를 통한 주가 상승 기대감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주가가 오른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항상 주가가 오른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아시아나항공(2008년 3월)과 동서(지난해 7월)는 이전 후 1년간 주가가 각각 48%, 15% 내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만일 이미 코스피 시장에 '탑픽'(동종 업계 1위 업체)이 있다면 이전상장을 하더라도 맥을 못 추는 경우가 많다"며 "주가를 좌우하는 것은 이전상장 여부가 아니라 실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2008년 3월 28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강주안 ( 오른쪽에서 둘째 ) 아시아나항공 사장, 이광수 유가증권시장 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 아시아나항공 증권거래소 이전 상장식 ` 을 열고 거래를 시작했다.

아시아나는 2008년 3월 28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강주안 ( 오른쪽에서 둘째 ) 아시아나항공 사장, 이광수 유가증권시장 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 아시아나항공 증권거래소 이전 상장식 ` 을 열고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200에 편입돼야 성공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체로 그렇다. 코스피200에 편입된 종목 200개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표선수 격이다. 그래서 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펀드 자금도 막대하다. 특히 최근 투자 트렌드가 액티브(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종목을 선택해 투자)에서 패시브(대표 지수에 편입된 종목에 투자)로 바뀐 것도 이런 경향을 키웠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액은 10조원이 넘는 반면 코스닥과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ETF를 모두 더해도 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전상장 후 코스피200에 편입한 종목은 시총이 큰 폭으로 늘어, 코스피200 편입을 노려볼 만한 코스닥 종목의 이전상장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이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뒤 코스피200에 편입된 9개 종목 중 시총이 늘어난 종목은 7개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투자자금을 따라 코스닥에서 코스피행이 늘면 코스닥 시장은 더욱 소외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코스피로 간 카카오는 다음 달 15일 코스피200 편입이 확정됐다. 셀트리온 역시 이전상장할 경우 코스피200 편입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증권업계에선 셀트리온이 코스피200 구성 종목이 되면 자동으로 2400억~3000억원의 매수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상장하면 공매도 사라진다?
 
아니다. 공매도(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낸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사 차익을 내는 기법) 근절은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이전상장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이전상장을 위한 주총 소집을 처음 요구한 소액주주는 "공매도는 셀트리온을 오랫동안 괴롭혔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매도는 주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셀트리온 공매도가 두드러진 달은 3월(2500억원)이다. 전체 거래의 21%를 차지했다. 이 기간 주가는 11.2% 하락했다. 하지만 공매도 규모는 코스피 시장이 훨씬 큰데다 공매도 거래도 더욱 활발하다. 2011년 코스피로 간 하나투어의 공매도 비중(연 기준)은 이전상장 전 1% 안팎에서 이전상장 후 점점 늘어나 지난해 11%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은 이날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금까지 주가 하락률이 5% 이상, 공매도 비중이 15%(코스닥) 또는 20%(코스피) 이상, 공매도 비중 증가율이 두배 이상 등 세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다음 달 말부터 공매도 비중이 12%(코스닥) 또는 18%(코스피)로 낮아졌다. 공매도 비중 대신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로 요건도 변경됐다.
 
하지만 공매도 규제가 코스닥 기업을 붙들어 맬 유인책으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대표주 연쇄 이탈은 서로 특색을 달리 하던 병립 구도가 무너지고 코스닥 중소형주 시장이 메이저 진출을 위한 마이너리그 팜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업 규모가 크고 회사 수가 많아 두개의 대형 시장(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그러기 어렵다"며 "아예 코넥스→코스닥→코스피로 시장을 계층화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는 편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