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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언약의 나무’를 의정부시 임의 철거해 논란

중앙일보 2017.08.23 13:33
세월호 추모 메시지가 매달려 있었던 의정부시 '언약의 나무'. [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세월호 추모 메시지가 매달려 있었던 의정부시 '언약의 나무'. [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세월호를 잊지 않겠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역 앞에 2년간 설치돼 있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조형물이 최근 갑자기 사라졌다. 의정부시가 공원을 조성하면서 이 추모 시설을 임의로 철거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추모 시설을 설치한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의정부시의 임의 철거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 추모 메시지가 가운데는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문희상 국회의원의 글도있었다. [사진 연합뉴스]

세월호 추모 메시지가 가운데는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문희상 국회의원의 글도있었다. [사진 연합뉴스]

 

‘잊지 않겠다’ 메모 2000여 장 등 임의 폐기
‘평화공원’ 조성하면서 지난 5월 철거해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상의 없었다며 반발
의정부시에 항의 방문후 대책 마련 촉구키로
시 “추모 시설물 관리 주체 있는지 몰랐다” 해명

23일 ‘세월호 참사를 밝히는 의정부 대책회의’에 따르면 대책회의 측은 2015년 8월 28일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행사의 하나로 의정부역 동부광장 ‘언약의 나무’ 조형물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걸었다.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행사를 알렸던 대책회의가 만들었던홍보물. [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행사를 알렸던 대책회의가 만들었던홍보물. [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언약의 나무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등 시민들이 노란색 종이에 적은 추모 메시지가 2000개가량 걸렸다. ‘참사의 아픔과 고통이 아직도 회복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는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메시지도 있었다.  
세월호 추모 메시지와 추모 시설이 매달려있었던 의정부'언약의 나무'. [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세월호 추모 메시지와 추모 시설이 매달려있었던 의정부'언약의 나무'. [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목이 멘다. 우리 모두 공범이다’는 문희상(더불어민주당·의정부시 갑) 국회의원의 메시지도 있었다. 그리고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자물쇠 4000여 개도 설치됐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도 4000여 개가 매달렸다.
 
시는 이 자리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면서 조형물과 함께 추모 메시지가 적힌 종이와 자물쇠·리본 등을 임의로 철거했다. 지난 5월 철거 작업을 진행하면서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측에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호 추모 메시지와 추모 시설이 매달려있었던 의정부'언약의 나무'.[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세월호 추모 메시지와 추모 시설이 매달려있었던 의정부'언약의 나무'.[사진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시는 의정부역 앞 반환 미군기지 터(1만1403㎡)에 오는 10월 평화공원을 개장할 계획으로 지난해 6월부터 공사 중이다. 이 공원에는 중국 측이 기증한 안중근 의사의 동상도 최근 설치됐다.  
 
세월호 의정부 대책회의 측은 이와 관련, 의정부시를 찾아 시의 사과를 요구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유성태(47) 세월호 참사를 밝히는 의정부 대책회의 전 집행위원은 “언약의 나무에 설치한 추모시설은 의정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잊지 않고,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하겠다고 한 ‘약속의 표상’”이라며 “이런 소중한 시설을 지자체가 상의도 없이 철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추모 '언약의 나무'가 철거된 자리에는 평화공원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기증받은안중근 의사 동상도설치됐다.[사진 연합뉴스]

세월호 추모 '언약의 나무'가 철거된 자리에는 평화공원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기증받은안중근 의사 동상도설치됐다.[사진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자물쇠가 녹이 슬고 리본도 빛이 바래서 보기에 안 좋았다”며 “시가 연인들을 위해 조성한 ‘언약의 나무’에 추가로 설치된 시설물을 관리하는 주체가 따로 있다고 판단하지 않아,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시는 대책회의 측에서 의견을 낼 경우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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