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 신성진의 소통방통(3) 문제제기에 귀 기울리고 대화는 눈을 보면서

중앙일보 2017.08.23 12:00

우리는 회사에서, 가정에서, 또는 친구들과 소통이 잘 되길 원한다. 하지만 불통으로 그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나에게 있다. 내 의견이 전달되고 이해되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소통이 더욱 힘들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소통은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전하는 소통의 기술. <편집자>  

 

불통이 생기는 원인은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
상대방 이야기 핵심 요약해 반복하면 소통 도움

가족들과 같이 식당에서 외식할 때 경험한 일이다. 나름 유명한 조개찜 식당이고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시간, 종업원들은 땀을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가족보다 조금 늦게 온 한 가족이 옆 테이블에 앉았다. 두 아들과 부부는 잠깐 의논을 하고는 조개찜을 주문했고, 곧 주문한 조개찜이 왔다. 종업원은 조개찜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불을 켰다.  

 
 
[사진 Freeqration]

[사진 Freeqration]

 
다른 테이블 서빙을 위해 조개찜을 놓고 가는 종업원에게 아빠가 묻는다. 
“여기 불 켜진 것 맞아요?”
연륜이 느껴지는 여종업원이 웃으며 대답한다.
“네, 맞아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런데 한참 지나도 조개찜은 변화가 없다. 불이 켜져 있다면 벌써 물이 끓고 조개가 익어가야 하는데, 반응이 없다. 비슷한 시간에 와서 옆 테이블에서 조개찜을 맛있게 먹고 있는 우리 가족이 보기에도 분명 불이 문제가 있었다. 인내심이 대단한 그 가족들! 
 
한참을 지나고 나서 다시 아빠가 종업원을 부른다.
“여기 불이 안 켜진 것 같아요!” 약간의 짜증이 묻어 있는 말투다. 그제야 종업원이 와서 보고, “죄송해요. 불이 안 켜졌네요”라고 말하고 불을 켜 놓고 간다. 곧 조개찜은 익기 시작했고 마음 좋은 가족들이 맛나게 그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계산하고 나왔다. 아내와 함께 식당을 나서면서 화도 제대로 내지 않고 참는 대단한 가족과 고객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종업원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제대로 듣지 않으면 큰 사고가 나기도 한다. 5분이 넘도록 끊지 않는 냄비를 보고 있었던 가족의 이야기는 아주 사소한 것이다. 물론 성질 나쁜 고객은 한바탕 소란을 벌이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사 표시나 문제제기를 제대로 듣지 않으면 큰 사고가 생기고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사진 smartimages]

[사진 smartimages]

 
다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층간 소음 문제 때문에, 또는 주차 공간 때문에 다투게 되는 이웃의 모습을 살펴보면 누군가 문제제기를 할 때 그것을 무시하고 잘 듣지 않아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족들의 대화에서도 사고가 발생한다. 부부가 평소와 달리 큰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경우, 자녀가 문을 닫고 집을 나가게 되는 경우 등 크고 작은 사고의 핵심에는 남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꼰대가 있다.  
 
 
소통의 부재가 사고 원인 
 
잘 듣지 않는 이유는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단지 내 생각만 말해주면 된다. 그래서 잘 듣지 않는다. 직장에서 후배들이 하는 얘기는 이미 내가 직장 초년생때 다 겪은 일이다. 그러니 잘 듣지 않아도 이미 그 문제 해결책은 내가 알려줄 수 있다. 그래서 잘 듣지 않는다. 아내가 하는 이야기나 자녀들이 하는 이야기도 이미 내가 들어왔던 이야기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잘 듣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지금 상대방이 하는 말은 내가 이미 알고 있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로 알고 있는 일이라면 상대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물이 끓지 않아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종업원은 다른 많은 고객도 그래 왔기 때문에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불을 살펴보지 않는 것과 같다.
 
둘째, 사람은 말을 하면서 내용뿐만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기 원한다. 기다려서 화가 나고,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시끄러운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그런데 그 감정이 수용되지 않으면 내용이 전달되었더라도 우리는 화가 나고 그 때문에 사고를 친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자녀들과 대화하는 꼰대의 모습을 보자. 아이들이 뭐라고 하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기 싫어서, 놀고 싶어서, 게임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단정을 내리고 대응한다. 그러다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싶을 때, 대학이나 장래 문제를 놓고 자녀와의 대화가 필요할 때 이런 반응을 접한다.  

“아빠는 늘 자기 얘기만 해. 내 얘기는 관심도 없잖아!” 아빠 입장에서는 좀 서운하고 당황스럼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경험에서 나온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제대로 듣는 세가지 기술


 
[사진 smartimage]

[사진 smartimage]

 
듣는 법을 배우고 익히자. 잘 못한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듣는 법을 다시 배우고 몸에 익히자. 경청에 대한 수많은 책과 글이 있지만 그 중에서 세가지를 한번 해 볼만하다.
 
첫째, 몸을 상대방에게 향하고 대화를 나누자.
대화를 나눌 때, 컴퓨터를 계속 보면서 “어 그래” ,“알았다니까~”를 내뱉는 사람이 있다. 대화 점수로 빵점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직급이 낮고 편한 사람이라 해도 불쾌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아주 잠깐이지만 몸을 돌려 상대를 향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자. 정 바빠 계속 작업을 해야 한다면, ‘지금 바빠서 대화 나누기 힘드니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자’고 양해를 구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둘째, 대화를 할 때는 눈을 보자. 소통을 못하는 사람은 말을 하면서 상대를 보지 않고 딴 곳을 본다. 그러니까 말하는 내용도 놓치고 감정도 놓친다. 눈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고 싶은 느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아빠, 나 학교 진짜 힘들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아이는 아빠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웃을 때는 아빠에게도 요구하는 게 있는 경우고, 울먹일 때는 아빠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이다. 말보다 눈빛이 훨씬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낼 때가 있다. 대화할 때 눈을 놓치지 말자.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셋째, 가능하면 핵심을 반복해 보자.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요약, 반복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불이 켜진 것 맞나요?”라는 문제제기에 “불이 켜져 있나 볼까요?”라고 대답하면서 불을 본다. “아빠, 나 공부하기 싫어요”라는 아이의 말에 “공부 하기 싫구나. 어떡하면 좋을까?”라고 답하면 된다. 거울처럼 핵심을 반복하면 거울처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 회사 다니기 싫다는 후배, 시어미니랑 못살겠다는 아내에게 답을 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핵심을 반복해 보자. 그러면 소통이 시작된다.  
 
소통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나고 대화가 중단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소통해야 할 대상이, 가장 소통이 잘 안 되는 대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소통하면서 같이 살아내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제대로 듣기, 다시 다짐하면서 글을 맺는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관련기사
공유하기
신성진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필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해진다. 그건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재무심리다. 오랜 세월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강의도 한 필자가 재무심리의 신비한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