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노력 따라 한국서 2050년 '재생에너지100%'도 가능"

중앙일보 2017.08.23 10:25
한국 사회의 투자와 노력 여하에 따라 2050년에는 한국 사회가 필요한 에너지의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보급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담은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가 23일 공개됐다. [사진 세계자연기금]

한국 사회의 투자와 노력 여하에 따라 2050년에는 한국 사회가 필요한 에너지의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보급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담은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가 23일 공개됐다. [사진 세계자연기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투자와 노력이 뒤따른다면 오는 2050년 한국 사회에 필요한 에너지의 100%를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재생에너지 전략 보고서 공개
재생에너지 비율 높일 수 있는 시나리오 3가지 제시

"에너지 수요 24% 줄고 3141조 투자하면 가능"
GDP 증가율 둔화, 온실가스 감축 노력 전제

"2050년은 먼 미래라 예측 어려워" 반론도
"시민 납득할 가격에 공급 가능 여부도 의문"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는 23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대한민국 2050 에너지 비전' 콘퍼런스를 열고,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 2050 에너지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WWF 측이 지난해 가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등에 의뢰해 마련한 것이다. WWF 해외 본부와 한국 본부의 기후·에너지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23일 공개된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 표지 [사진 세계자연기금]

23일 공개된 세계자연기금(WWF)의 보고서 표지 [사진 세계자연기금]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특별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기준 시나리오(BAU, Business as usual) 외에 중간형·선진형·비전형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 등 세 가지 시나리오,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효과를 제시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에너지 수요가 현재(2014년 기준)보다 점차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비율도 2050년 4%에 머무는 것으로 예상했다. 중간형 전환 시나리오는 2050년 에너지 수요가 지금보다 7%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45%에 이르는 것을 가정했다. 선진형 전환 시나리오는 에너지 수요가 24%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55%로 상승하는 것을 전제했다. 마지막으로 비전형 전환 시나리오에서는 에너지 수요 감소는 24%로 선진형 전환 시나리오와 같지만, 재생에너지 비율은 100%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WWF 보고서에서 제시한 기준 시나리오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시나리오 세 가지의 효과를 분석한 표. [자료 WWF]

WWF 보고서에서 제시한 기준 시나리오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시나리오 세 가지의 효과를 분석한 표. [자료 WWF]

보고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100% 재생에너지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올바른 길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전기요금제도 도입 등을 통한 에너지 절약과 사용 효율성 제고 ▶스마트 그리드 투자,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의무공급비율 상향 조정 ▶자동차·열차 등 운송수단 동력원의 전력화 등을 제시했다.

 
환경경제학자로서 연구를 진행한 홍종호 교수는 "이들 시나리오에는 에너지 낭비 요인이 많고 사용 효율이 떨어지는 한국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향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란 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진행될 것이란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을 위한 기본 자료는 한국산업연구원이나 국제에너지기구(IEA), 유럽연합(EU)·독일 등의 보고서와 통계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WWF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 [자료 세계자연기금]

WWF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 [자료 세계자연기금]

홍 교수는 특히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비용(2014~2050년 누적)을 계산할 때 장기적인, 공공투자에 걸맞는 사회적 할인율 3%를 적용할 경우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의 실행 비용이 기준 시나리오에 비해 덜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할인율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자되는 비용을 모두 합쳐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1년 뒤 100억 원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다면 97억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기준 시나리오에 따른 에너지 공급 비용이 3152조원이라면 중간형 시나리오는 3044조원, 선진형 시나리오는 2804조원, 재생에너지 100%의 비전형 시나리오는 3141조원으로 추산됐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홍 교수는 "비용 비교에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들어가는 핵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폐로(廢爐)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의 하락 추세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재생에너지 전환 비용은 이번에 추산한 것보다 훨씬 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경제학 전문가는 "국내외에서 이런 식의 시나리오를 제시한 경우는 많지만 2050년은 전망을 내놓기에 너무 먼 미래"라며 "실행 의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는 먼저 필요한 만큼 공급이 이뤄져야 하고,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인 실현가능성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국토가 좁아 실제 재생에너지 보급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태양광 발전의 경우 호수 수면이나 건물 벽면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며 "최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도 실증 단계인데,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독일보다 여건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