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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오지 않게 해달라”최경환 공판서 일침 날린 재판장

중앙일보 2017.08.23 08:47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 외압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치열한 법적 공방이 펼쳐진 가운데 재판장이 최 의원에게 “전화 오지 않게 하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겨레가 23일 보도했다.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공정하게 봐달라”는 취지의 의견 진술만 두 차례나 하자 이에 재판장이 “전화 오지 않게 해달라”고 응수한 것이다.

새누리당 잔류를 택한 최경환(경북 경산ㆍ청도) 의원이 2일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2017 대구ㆍ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새누리당 잔류를 택한 최경환(경북 경산ㆍ청도) 의원이 2일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2017 대구ㆍ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유성) 심리로 열린 최 의원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재판에서 김 부장 판사는 “재판을 공정하게 해달라고 하니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 식으로 ‘공정하게 해달라’는 전화가 (저한테) 자꾸 온다. 누가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적인 고려’, 자꾸 이런 얘길 하면서 ‘분명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한다. 절대 앞으로 주변 분들이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부장판사는“저는 일절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검찰이 제기한 공소를 입증할 수 있느냐 이 부분에서만 판단할 것입니다. 다른 쪽으로 얘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재판장 발언에 최 의원은 “저는 뭐 그런 사람들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 의원의 변호인들도 이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증인으로 나와 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한 인턴직원 황모씨를 채용하라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이사장은 “채용 합격자 발표 전날 최 의원을 독대한 자리에서 여러 가지 살펴봤지만,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니 최 의원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합격시켜). 성실하고 괜찮은 아이니까 믿고 써 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당시 최 의원이 반말로 말해 강압·지시·협박으로 느껴졌다”며 “황씨를 합격시키지 않으면 중진공이나 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 측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한 진술과 날짜, 시간 등에서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며 이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을 추궁하고 최 의원의 채용 외압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최 의원은 지난 2013년 박 전 이사장에게 황씨를 채용하라고 압박해 황씨를 그해 중진공 하반기 채용에 합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당시 1차 서류전형과 2차 인·적성 검사, 최종 외부인원 참여 면접시험 등에서 모두 하위권이었으나 2013년 8월 1일 박 전 이사장이 국회에서 최 의원을 독대한 직후 최종 합격 처리됐다.
 
앞서 검찰은 황씨의 특혜채용 사실을 확인한 후 지난해 1월 박 전 이사장과 중진공 간부 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최 의원은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내렸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지난해 9월 재판에서 “청탁 받은 적은 없다”던 기존 진술을 번복, “최 의원에게서 채용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재수사를 벌여 지난 3월 불구속 기소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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