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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찾은 이동국 활용법은 막판 ‘특급 조커’

중앙일보 2017.08.23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동국이 21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을 후반에 특급 조커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국은 어떤 역할을 맡든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중앙포토]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동국이 21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을 후반에 특급 조커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국은 어떤 역할을 맡든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중앙포토]

그의 축구 인생에 다섯 번의 월드컵이 열렸다. 그는 그 중 두 번의 월드컵에 출전해 세 경기를 뛰었다.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단 51분.
 

월드컵 본선 티켓 잡기 시나리오
움직임 좋은 황희찬 원톱으로 세워
손흥민 등과 자리 바꾸며 수비 교란

후반에 공격 패턴 다른 이동국 투입
동료들과 짧은 패스로 반전골 노려

희찬이 최전방, 동국은 한 발 아래
상대팀 전술따라 투톱 가능성도

이동국(38·전북)에게 월드컵은 풀지 못한 숙제다. 그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네덜란드전에서 통렬한 중거리 슛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게으른 천재’로 낙인 찍히면서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2006 독일 월드컵 직전엔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했지만,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꿈을 접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전에선 빗물을 잔뜩 먹은 잔디 탓에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쳤다.
 
이동국의 월드컵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그런 그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 9차전(31일·홈), 우즈베키스탄과 10차전(9월 5일·원정)을 위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합류는 2년 10개월 만이다. 3위 우즈베크에 승점 1점 차로 앞선 2위 한국으로선,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잡기 위해선 남은 2경기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이동국은 선발로든, 교체로든, 우선 한국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겠다는 각오다. 한 번 더 주어질지 모를 본선 출전의 기회는 그다음에 생각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

신태용 대표팀 감독

신태용(48)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멤버 구성부터 확 바꿨다. 변화의 중심에 이동국이 있다. 대표팀 맏형으로서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고 끌어올리는 역할을 기대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골 가뭄에 시달리는 대표팀의 골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임무도 함께 주어졌다.
 
이동국은 대표팀에서 ‘수퍼 서브(super sub·후반 교체 투입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선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최전방 공격수 황희찬(21·잘츠부르크)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원톱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은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은 후반에 투입돼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위원은 “황희찬은 손흥민(25·토트넘), 이재성(25·전북) 등 동료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스타일인 반면, 이동국은 움직임의 폭은 상대적으로 좁지만, 동료와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협력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이라며 “서로 다른 패턴의 공격수를 번갈아 투입하면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동국은 소속팀 전북에서 ‘수퍼 서브’ 역할을 충분히 경험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선발로 출장해 경기 초중반을 주로 책임졌지만, 올해는 후반 교체투입 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30대 후반인 그의 체력을 고려한 최강희(58) 전북 감독의 배려였는데, 이런 활용법이 그의 대표팀 복귀에 있어 지렛대 역할을 했다.
 
물론 이동국이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상대인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수비전술(포백·4명의 수비수)을 고려해 신태용 감독이 투톱(2명의 공격수)을 쓸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움직임이 좋은 황희찬이 최전방, 이동국이 한 발 아래 서서 호흡을 맞추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황희찬이다. 그는 27일까지 소속팀 경기를 소화한 뒤 장거리를 이동해 28일 밤 늦게 대표팀에 합류한다. 31일 이란전 때까지 체력 회복과 시차 적응이 제대로 안 될 경우 공격진 구성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신태용 감독은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에서 대표팀이 수비적으로 안정감 있는 포메이션을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목표는 무실점이 아니라 승리”라며 “원톱도, 투톱도 모두 시나리오에 있다. 준비가 가장 잘된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대표팀 소집일이던 지난 21일, 눈길을 끄는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티셔츠엔 ‘대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아들 시안(3)군 캐릭터와 ‘할뚜이따아(할 수 있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이동국은 “2년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가족들이 준비했다”고 전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에게 팀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만 기대하는 건 아니다. 득점과 승리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바란다”며 “(경기 때까지) 남은 기간 동안 동료들과 호흡을 점검하며 그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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