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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story] 아홉 빛깔 해양공간계획으로 우리 바다를 새롭게 디자인하다

중앙일보 2017.08.23 00:02 2면
지난해 1월, 부산~일본 간 쾌속 여객선이 고래와 충돌해 급히 회항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이런 충돌 사고는 이전부터 심심찮게 발생해 왔다. 선사에서는 고래 음파탐지기를 설치하고 고래가 싫어하는 음향 신호를 송출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배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고래가 갑자기 출몰하는 경향이 있어 충돌사고를 막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해양 공간 육지 면적의 4.5배
‘선(先)계획 후(後)이용’해야

저 멀리 미국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양공간계획’을 통해 해결했다. 보스턴항 주변에서 멸종위기종인 북대서양참고래와 선박과의 충돌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고래의 이동경로와 항로 정보 등을 축적·분석해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항로를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사고 재발을 막았다. 이는 해양공간계획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2001년 처음 제안된 ‘케이프윈드(Cape Wind)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간에 많은 갈등이 있었으나,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풍력단지가 건설될 수 있도록 하는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해 2010년에 빛을 보게 됐다.
 
육지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면적의 우리 바다는 지속적으로 아끼고 보전해야 할 자원의 보고(寶庫)이나, 지금까지는 그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관련 법률과 제도의 규율 범위와 내용은 체계적이지 못했고, 무엇보다 ‘바다에는 주인이 없으므로 먼저 가서 선점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소위 ‘공유지의 비극’이 재현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크게 논란이 된 바닷모래 채취 문제와 같이 그동안 각종 개발로 인해 바다가 가진 생태적, 사회 경제적 가치는 과소평가돼 왔다.
 
이제는 바다를 이용하고 보전하는 방식을 선점식 이용 방식에서 ‘선(先)계획, 후(後)이용’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이다. 육상에서 국토계획법을 제정해 육지에서의 도시와 국토의 개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듯이, 해양에서도 통합적인 관점에서 미리 계획을 세워 이용과 보전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한다.
 
해양공간을 통합 관리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 정부간해양위원회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바다의 3분의 1을 해양공간계획으로 관리한다는 로드맵(2017~2025)을 발표했으며 미국·영국·중국 등 전 세계 65개 국가에서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해 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경기만 해역에 대해 시범적으로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그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바다는 평면이 아닌 3차원 공간이다. 수면 위로는 배가 운항하고, 아래에는 그물이 있으며, 해저에는 방대한 자원들이 존재한다. 해양공간계획은 이런 바다 곳곳의 핵심가치를 파악해 가장 적합한 색을 입히는 과정이다. 해양환경과 생태계 보전관리가 필요한 지역은 환경·생태계관리구역으로, 화물선과 여객선 이동이 활발한 지역은 항행구역으로… 그 외에도 골재·광물자원개발구역, 에너지개발구역, 해양관광구역 등 우리 바다의 주요 공간을 9개의 해양용도구역으로 구분해 관리함으로써 가치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를 뒷받침할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해양공간의 모든 자원을 계획적으로 배분해 이용하고 온전히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넓은 바다 곳곳에 어울리는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해관계자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다. 아홉 빛깔 어울림으로 디자인될, 우리 바다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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