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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관료화' '탈보수' 메시지 담긴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

중앙일보 2017.08.21 17:13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오후 강원 춘천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명수(58ㆍ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을 제16대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자 법조계에서는 “파격을 넘어 충격”(고등부장 출신 변호사)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대법관 출신이 아닌 셋째 대법원장(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둘째)이 된다. 1960년대 7년간 재임했던 조진만 대법원장이 1968년 퇴임한 이래 49년 만의 일이다.  
 
'기수 파괴'도 파격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연수원 2기, 그 전임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가 도입되기 전인 고등고시 사법과 15회 출신이었다. 양 대법원장을 기준으로 무려 13기수나 건너 뛴 발탁 인사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재임 중인 대법관 14명 중 11명의 남성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낮은 재판관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김재형 대법관(연수원 18기) 뿐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기수 파괴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라며 "더 이상 대법관 자리를 승진의 정점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에는 '이념 지형'과 관련된 것도 포함돼 있다. 김 후보자는 최근 법원행정처의 사법권 남용 논란과 관련해 ‘양승태 코트’와 전면전을 벌여온 국제인권법연구회(이하 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 출신이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임명 전까지 간사로 활동했던 단체로 480여 명의 판사가 가입한 법원 내 최대 법관 연구모임이다. 김 법원장은 2011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범 전에 우리법 연구회의 회장도 맡았다. 
 
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불거진 이후 사법행정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법관회의로 이양하라고 요구하며 사법행정의 탈관료화를 주장해왔다. 김 후보자 역시 지난 3월 열린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법원행정처에 대한 비판 발언을 했다. 지난 6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행정처가 피라미드가 돼 전체 법관이 하나의 단위처럼 압박을 받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일선 법관의 판단이 내부 대법원장 등 생각과 정치적 관심에서 자유롭지 못한다고 하면, 하급심이 그런 식으로 판결한다면 법관이 독립돼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1999년부터 3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기는 했지만 대법관으로 가는 속성 루트로 알려진 법원행정처 간부를 지낸 적은 없다.
  
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은 그동안 재판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났다. 2002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서 가해자인 주한미군 병사가 신호위반 사실을 부인하며 피해 배상을 지체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에는 일명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위자료로 150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오송회 사건은 5공화국 때 전ㆍ현직 교사들이 4ㆍ19 기념행사를 치르고 시국토론을 하며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낭송했다는 이유로 이적단체로 몰려 처벌받은 사건이다.
  
2015년 11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치 신청’ 받아들여 전교조의 법외노조 전락을 일시적으로 막는 결정을 했다. 당시 전교조가 2013년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 대해 이미 대법원이 “정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을 내린 뒤여서 대법원 판결에 맞서는 김 후보자의 결정은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월에도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지만 양 대법원장은 그를 최종 후보로 제청하지 않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한 변호사는 “개인적 흠결은 없으신 분으로 안다”면서 “법원 내 야당의 대표격 인사인 만큼 ‘코드 인사’라는 일각의 공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명수 후보자 프로필
-1959년 부산 출생
-1977년 : 부산고 졸업
-1981년 :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3년 : 25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5기)
-1988년 : 서울북부지원 판사로 임명
-1999년~2002년 :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2년~2004년 : 수원지법 부장판사
-2004년~2007년 :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2009년~2010년 :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2010년~2016년 :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6년 2월~ : 춘천지법원장 


임장혁ㆍ문현경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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