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셀프 장례' 준비하는 다사(多死)사회 일본, "자녀에 부담주기 싫어"

중앙일보 2017.08.21 16:09
일본 유통업체 이온은 2009년부터 전국 지점(동네 마트)에서 '슈카쓰 페어'를 열고 있다. [사진 이온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일본 유통업체 이온은 2009년부터 전국 지점(동네 마트)에서 '슈카쓰 페어'를 열고 있다. [사진 이온라이프 홈페이지 캡처]

‘인생의 끝(終)을 위한 활(活)동.’   
초고령화사회인 일본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임종을 준비하는 이른바 ‘슈카쓰(終活)’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8년 전 신조어로 등장해 붐을 이루더니, 이제는 60대 이상 장년층에겐 통과의례가 됐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와 해마다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다사(多死)사회’의 현실이 뒤섞여 반영됐다는 것이다.  

'인생의 끝' 스스로 준비하는 '슈카쓰'
동네 마트서 열리는 '슈카쓰 페어' 인기
버스투어로 공원묘지·바다산골 체험
'추억 찍어주는' 동영상 업체도 생겨나
'단카이세대' 사망 늘면 슈카쓰도 활황


급기야 최근 들어선 임종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전시하고 상담까지 받을 수 있는 ‘슈카쓰 페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21일 전했다. 이런 전람회(페어)는 접근성이 좋은 동네 마트에서 열릴 정도로 일상적인 풍경이 돼가고 있다.  
유통업체 이온은 도쿄 등 간토(関東)지방을 중심으로 자사의 지점에서 2009년 이후 300회 이상 슈카쓰 페어를 열었다. 참석한 노인들은 장례식이나 묘지 비용, 재산 정리 등 임종에 필요한 세밀한 정보를 얻어간다. 또 사후 가족과 지인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담은 ‘엔딩 노트’ 작성, 입관 체험 등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하도록 돕는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도 접할 수 있다.  
여행사 클럽투어리즘이 운영하는 ‘슈카쓰 버스 투어’도 인기다. 교외에 있는 공원묘지를 견학하고, 바닷가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散骨) 체험을 하는 관광상품이다. 최근 이 버스 투어를 다녀온 가타오카 노부히로(片岡信弘·73)는 “조상 대대로 묘를 지키는 부담을 자식에게 지워주고 싶지 않다”면서 수목장에 관심을 나타냈다.  
일본 여행사 클럽투어리즘은 2014년부터 '슈카쓰 버스 투어' 상품을 팔고 있다. 이 버스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공원묘지를 견학하고 있다. [사진 클럽투어리즘]

일본 여행사 클럽투어리즘은 2014년부터 '슈카쓰 버스 투어' 상품을 팔고 있다. 이 버스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공원묘지를 견학하고 있다. [사진 클럽투어리즘]

실제 가타오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닛케이가 지난달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응답자 중 31%가 슈카쓰 경험이 있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43%), “자신의 인생에 어울리는 엔딩을 맞고 싶다”(28%)는 응답이 나왔다.      
슈카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특이한 파생 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산케이비즈에 따르면 최근 ‘추억 찍어두기’라는 컨셉트로 영상물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나타났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자비 출판 자서전의 대체상품이다. 업체 측은 “힘을 들여 원고를 써서 책을 만들어도 읽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만 하면 장례식 때 사용하는 것은 물론 본인이 원할 경우 유튜브에 올려 전 세계 사람이 보게 할 수도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슈카쓰 산업은 고령 사망자의 급증과 함께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연간 사망자 수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사망자는 129만6000여 명. 전후 베이비부머인 단카이(團塊)세대(1947~49년생)가 모두 90대가 되는 2040년쯤에는 연간 사망자가 166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