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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검사 통과한 안전한 계란입니다' 팻말에도 계란 안 사네

중앙일보 2017.08.21 11:41
 
“현재 당 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은 정부 주관하에 실시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상품입니다. 안정성이 입증된 계란이오니 쇼핑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반복되는 '계란 대란'에 소비자 불신 팽배
"정부 검사도 못 믿는다"…아예 계란 안 먹는 소비자 늘어
"근본적인 처방 있어야 신뢰 회복 할 것"

 
정부에 대한 불신일까.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계란 대란’에 지쳐서일까. 소비자들이 계란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한 검사를 통과한 안정성이 입증된 계란’이 판매되기 시작한 지 5일이 지났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형마트는 15일 이른바 ‘살충제 계란’이 등장한 후 계란 판매를 중지했다. 이후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하루 지난 16일 저녁부터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계란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도 17일 오후부터 계란 판매를 재개했지만,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 주관하에 실시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계란이라는 안내문까지 설치했지만 대형마트의 계란 판매량은 이달 15일 전 대비 절반 정도 줄었다.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안내문.

정부 주관하에 실시한 살충제 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계란이라는 안내문까지 설치했지만 대형마트의 계란 판매량은 이달 15일 전 대비 절반 정도 줄었다.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안내문.

 
살충제 계란 등장 전인 14일까지 롯데마트에선 하루 평균 40만~50만알의 계란이 팔렸지만 이후 매출이 45% 줄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주 대비 41~45% 계란 판매가 감소했다. 매장 곳곳에 정부 주관하에 시행한 검사를 통과한 상품이라는 안내문을 설치했지만, 별반 의미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계란 판매 전에 자체적인 검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근본적으로 정부 차원의 방도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주부들은 계란 반찬을 좋아하는 자녀를 위해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선택하고 있다. 한 알당 가격이 600~900원 수준이다. 동물복지 계란 판매가 평균 10% 정도 오르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도 파주신도시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정부 발표도 자꾸 바뀌고 정부가 실시한 살충제 검사를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언제 또 검사 결과가 바뀔지도 알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AI가 촉발한 계란 대란은 사실상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AI 발생 후 계란값은 두 달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시 국내 전체 산란계(알을 낳는 닭)의 36%인 2520만 여 마리가 살처분됐기 때문이다. 계란 생산 자체가 줄었다는 의미다. 두달 후인 1월 수입 계란(미국산)이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이 늘었고 설 연휴가 지나면서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 급식에 따른 계란 수요가 늘자 계란값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정부는 다시 '계란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고 계란 대란은 진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다. 
 
이번 계란 대란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는 '계란이 없어서' 못 사먹었지만 현재는 '계란은 있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안 사먹는다. 이상목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국 부장은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단발적인 대책이 아닌 사육 방식이나 계란 유통 기준처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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