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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전홍식의 SF 칼럼 17화. '미지와의 조우'와 인사

중앙일보 2017.08.21 10:30
17. ‘미지와의 조우’와 인사의 미래
[소년중앙] SF속 진짜 과학 칼럼 17화 삽화. 일러스트=임수연

[소년중앙] SF속 진짜 과학 칼럼 17화 삽화. 일러스트=임수연

 
천공에서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음악은 세상의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와 함께 전해지며 그들의 방문을 알렸죠. 음악을 들은 사람 중 소수만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어딘가로 향했습니다. 천공의 방문자.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는 우주 저편의 다른 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UFO)가 세계 각지에 나타나고 이상한 신호가 들어옵니다. 신호를 받은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다가 지구 어딘가의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죠. 군대의 감시를 뚫고 수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우주 멀리서 찾아온 누군가를 마주하게 되지요.
 
다른 별에서 찾아온 사람, 이성인이라 불리는 존재를 직접 마주하는 것. 영화의 영어 제목인 ‘제3종 근접접촉’이라는 말은 바로 이를 뜻합니다. 증거를 발견하거나 이성인의 탈것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과 직접 만나서 교류한다는 것이죠. 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하듯, 그들을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인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 외국인이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우리의 말을 모르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그들에겐 ‘너희를 죽여 버릴 거야’라고 들리면 어떡할까요? 그렇다면 악수는 어떨까요? 그런데 그들에겐 우리 같은 손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있다고 해도 악수가 ‘결투 신청’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죠. 이것 참, 인사부터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우리를 찾아온 그들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겠죠. 과연 그들은, 우리는 인사를 나눌 수 있을까요?
 
영화에서는 빛과 음계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지구를 찾기에 앞서 세계 각지에서 한 가지 음계를 전했고, 그들을 맞이한 사람들은 그들이 전한 음계로 그들을 환영합니다. 이성인의 비행체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현란한 음악과 빛의 쇼가 펼쳐지면서 대화를 나누죠. 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훈훈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넘칩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영화 ‘미지와의 조우’는 말합니다. 우리는 외롭지 않다고, 저 멀리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누군가가 존재한다고요.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 만남이 영화처럼 평화롭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들은 그들과의 만남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그들이 우리를 위협하면 이길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두려워한다고 해서 그들을 만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존재한다면(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들과 만나는 건 필연적인 일이 될 테니까요.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정부는 만남을 우려해 언론을 통제하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습니다. 가스가 누출됐다며 겁을 주고 군대를 풀어서 길을 차단하죠. 하지만 그들에게 초대받은 사람들은 용기를 내 그 장소로 향하고 그들과 함께 우주로 향합니다.
 
미지와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모르는 것을 겁내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한 발짝 나아가 손을 내미는 게 어떨까요? 그들이 우리를 찾아온 이상, 그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미소를 지을 준비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그들처럼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으로 충분할거예요.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어쩌면 그 결과 침략 외계인이 마음을 돌릴 지도 모릅니다. 웃는 얼굴에 침 안 뱉는다고 최소한 인사는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지를 겁내고 웅크리기보다 앞으로 나서는 용기. 그것이 바로 ‘미지와의 조우’가 우리에게 전하는 인사말은 아닐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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