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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을 보면 팝콘이 날아다닌다고?…'이거 진짜?'

중앙일보 2017.08.21 09:34

팝콘 사지 말고 주워드세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손에 팝콘을 들고 있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들곤 하죠. 영화 감상과 노릇노릇 잘 튀겨진 팝콘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과 관련된 '팝콘 경험담'이 퍼지고 있습니다.
[사진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

[사진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

그 내용은 "팝콘이 위·아래로 날아다닌다" "팝콘을 쏟았다" 등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라 팝콘을 바닥에 쏟을 정도로 무서운 영화란 얘기입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영화에 올라온 '애나벨' 후기. [사진 네이버 캡처]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영화에 올라온 '애나벨' 후기. [사진 네이버 캡처]

'애나벨'은 인형 장인과 그의 아내가 비극적인 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뒤 12년 후 그 집에 고아원과 소녀들과 수녀가 함께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공포 영화입니다. 스토리 설정만 듣고도 무서워하는 분도 있죠.

트위터에서 1만5000여번의 리트윗(공유)이 이뤄진 '애나벨' 후기. [사진 트위터]

트위터에서 1만5000여번의 리트윗(공유)이 이뤄진 '애나벨' 후기. [사진 트위터]

그렇다면 "'애나벨'을 보면 팝콘이 날아다닌다"는 후기는 과연 진짜일까요? 아니면 그저 '공감'이나 '좋아요'를 받기 위한 유머에 불과했을까요. 중앙일보가 확인해봤습니다.
 
18일 오후 2시 메가박스 코엑스점. 평일 한낮에도 시원한 공포영화로 막바지 여름을 즐기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발길은 여전했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중앙엔 '애나벨' 특별 전시회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금발에 푸른 눈, 창백한 흰 얼굴을 가진 애나벨 인형의 섬뜩한 모습은 지나다니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자리 잡은영화 '애나벨' 특별 전시회.[중앙포토]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자리 잡은영화 '애나벨' 특별 전시회.[중앙포토]

취재진은 영화 '애나벨' '택시운전사' 상영관의 모습을 비교해봤습니다. '애나벨'과 '택시운전사'는 9관·10관에서 각각 상영됐습니다. 10분 차이로 상영을 마친 두 영화. 퇴장하는 관객들의 표정은 상반됐습니다.
 
오후 3시 28분.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보였습니다. 진한 여운이 가시지 않은듯한 관객도 더러 있었는데요. 그로부터 10여분 뒤 맞은편 9관에서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관객들이 퇴장했습니다. 한숨을 쉬며 "아우 머리아프다"는 남녀 커플, 꾸깃꾸깃한 팝콘통을 들고 나오는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이태영(17·왼쪽)·김민주(17) 양은 18일 인터뷰에서 "애나벨을 보는 내내 긴장이 돼 팝콘을 잘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고등학생 이태영(17·왼쪽)·김민주(17) 양은 18일 인터뷰에서 "애나벨을 보는 내내 긴장이 돼 팝콘을 잘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특히 반 넘게 남은 팝콘통을 들고 나온 10대 소녀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등학생 이태영(17)·김민주(17) 양은 "애나벨을 보는 내내 긴장이 돼 팝콘을 잘 먹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극강의 긴장감을 증명하듯 두 소녀가 든 팝콘통은 여러 번 구겨진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들은 "너무 무서워서 손을 꽉 잡고 봤다. 소리를 지르는 분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관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텅 빈 극장을 살펴봤습니다. '날아다니는 팝콘' 흔적을 찾아 헤매던 찰나에 극장을 정리하던 한 직원이 "여기 누가 팝콘 흘렸네요"라며 불러 세웠습니다. 웬걸. 실제 바닥에 팝콘이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공포스러웠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듯 누군가 놓고 간 캡모자도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 영화 '애나벨' 상영관. 바닥에 팝콘이 흩뿌려져 있다. [중앙포토]

메가박스 코엑스점 영화 '애나벨' 상영관. 바닥에 팝콘이 흩뿌려져 있다. [중앙포토]

'애나벨' 상영관 정리를 1~2번 정도 해봤다고 밝힌 메가박스 관계자는 "(애나벨은)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차이가 있다"며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면 보통 알아서들 팝콘 등 먹었던 음식을 가지고 나가는데 '애나벨'을 본 분들은 이를 챙기는 것을 종종 깜빡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냥 (팝콘을) 놓고 나가는 게 아닐까"라고 물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아니다. (애나벨은) 관객 점유율에 비해 (팝콘을 놓고 나가는 빈도가) 유독 심한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불을 켜면 관객 표정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멍한 표정이거나 혼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애나벨' 상영관 정리를 7~8번 해봤다고 밝힌 메가박스 코엑스점 관계자. [중앙포토]

'애나벨' 상영관 정리를 7~8번 해봤다고 밝힌 메가박스 코엑스점 관계자. [중앙포토]

정리를 7~8번 정도 해봤다고 밝힌 또 다른 관계자는 "맨 앞줄 경우 팝콘이 잔뜩 쏟아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청소가 오래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애나벨'은 음악과 상황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깜짝 놀라는 장면이 많다보니 (관객들이) 팝콘을 쏟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만난 관계자들은 "'애나벨' 관객들이 확실히 바닥에 팝콘을 많이 쏟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에서 3만번이 넘는 리트윗(공유)이 이뤄진 대화.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에서 3만번이 넘는 리트윗(공유)이 이뤄진 대화.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 후기에는 '애나벨' 상영관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힘들 것이라고 걱정하는 글들이 종종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이날 한 관계자는 "팝콘 청소를 하는 것이 고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관객들이 '애나벨'을 재미있게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0일 개봉한 뒤 4일 만에 전편 '애나벨'(2014)의 최종 관객수(92만6052명)를 넘어선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20일 기준 누적 167만2779명을 기록했습니다. '애나벨: 인형의 주인'이 '컨저링2'(192만8605명), '컨저링'(226만2758명)을 넘어서 역대 국내 개봉 공포 외화 최고 기록을 세울 거란 업계의 관측도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 팝콘이 날아다닌다"는 유머 넘치는 후기가 관객 끌어들이기에 힘을 보탰다는 설도 있습니다.
 
'애나벨'을 보면 팝콘이 쏟아져있다?
'진짜'였습니다. 

 
채혜선·김은빈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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