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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진'으로 연기파 입증한 김희선…"꺼내서 보여줄 게 많아졌다"

중앙일보 2017.08.21 07:00 종합 24면 지면보기
배우 김희선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선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지난 1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가 최종회 시청률 12%(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JTBC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다. 종전 최고 시청률은 백미경 작가의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의 9.6%였다. 백 작가는 ‘품위있는…’으로 자신의 종전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잇따라 히트작을 냈다.
 드라마는 재벌가 회장의 재산상속을 노린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극단적인 내용이 한 중견기업의 실제 사건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대기업 회장을 유혹하는 간병인 박복자 역의 김선아와 그에 맞서는 둘째 며느리 우아진 역의 김희선 등 연륜있는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흥행요소였다. 

JTBC '품위있는 그녀', 12%로 최고 시청률 경신
90년대 트렌디 드라마 시대 이후 제2 전성기 입증
"엄마 되고, 나이 들면서 보여줄 게 차곡차곡 쌓여"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에서 김희선을 만났다. 그는 “나는 종편 시청률은 얼마가 나와야 성공한 건지 감이 없는 세대다. 지상파는 드라마 첫 회가 보통 10%씩 나왔는데 ‘품위있는 그녀’의 첫 시청률은 2%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을 꺼냈다. “‘이민 가야겠구나’ ‘사고 쳐서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최고 시청률이 6.6%밖에 안 나오는 거 보고 좀 안심이 되더라”고 했다. 
 백미경 작가는 “처음부터 김희선을 생각하고 우아진 캐릭터를 만들어 김희선이 출연을 안 하겠다고 하면 난감해지는 상황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본을 받아든 김희선은 정작 박복자 역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상류사회 진입을 위해 사기·협박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박복자의 캐릭터가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우아진 역은 너무 심심해 보였다”고 했다. “복자가 더 재밌을 것 같다고 백미경 작가에게 얘기했더니 ‘아니다, 언니만 믿으라’고 하더라”며 “역시 작가 언니 말이 맞았다”고 웃어보였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박복자는 회장 손자에게 살해당한다. 김희선은 “극본상의 최초 범인은 아무래도 방송용이 아닌 것 같아 결국 수정됐다. 원래 극본의 범인은 방송된 드라마의 범인보다 200배 더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곧 소설로 출간될 예정인데, 그 안의 진짜 범인을 알게 되면 다들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역사를 논할 때, 김희선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배우다. ‘웨딩드레스’(32.5%), ‘세상 끝까지’(30.6%), ‘미스터Q’(38.2%), ‘토마토’(52.7%) 등 1997~99년 3년간 찍은 9편의 드라마 가운데 8편이 시청률 30%를 넘겼다. 98년에는 '미스터Q'에 출연해 역대 최연소인 만 21세의 나이로 SBS 연기대상을 받았다. 아직까지 문근영(2008년 SBS 연기대상)과 함께 이 분야 기록 보유자다. 
배우 김희선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배우 김희선 [사진 힌지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은 배우로 분류됐다. 들장미 소녀 캔디를 연상시키는 청순가련형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막 달리다가 갑자기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는 식의 연기가 90년대 청순가련형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며 "그래도 잘 한다고 연기를 칭찬해주니 열심히 하긴 했는데, 빨리 끝내고 친구들과 놀 생각이 더 많았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의 연기력을 다시 보게 된 건 결혼 후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찍은 MBC 드라마 '신의'(2012년)에서였다. 2015년 MBC '앵그리맘'에서 억척 같은 주부 역할을 실감 나게 연기했고, 이번 '품위있는 그녀'로 일약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랐다. 
 김희선은 "중요한 장면 촬영을 앞두고 하루 전부터 감정 잡으려 애쓰는 배우도 있다는데 나는 지구력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한다"며 "몇 분 전까지 떡볶이 먹다가 딱 가서 연기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벌써 마흔한 살인데,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보여줄 게 많아진 것 같다. 불편한 자리도 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경험이 차곡 차곡 내 안에 쌓여 연기할 때 꺼내기 쉬워진 것 같다. 그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뭘까. 김희선은 "다음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뻔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희선은 "현재 예능 '섬총사'에 출연 중인데 드라마 끝난 직후 섬에 들어간다. 거기서 카메라 다 꺼놓고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다만 주부 했다고 다음에 형사 연기를 하는 식의 뻔한 반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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