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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해법 셋 ① 관리비 인상 ② 근무 단축 ③ 감원

중앙일보 2017.08.21 01:58 종합 2면 지면보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아파트 게시판에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A아파트 게시판에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이 올해(6470원)보다 16.4% 인상된 이후 경비원을 많이 두고 있는 전국의 아파트 단지들이 비용부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 후폭풍
“고령 경비원들에겐 생존 달린 문제”
주민 반발에 인원 감축 계획 취소도

임금 총액 유지하려 근무 단축 땐
일부 경비 업무 공백 발생 우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주택(1636만 가구, 2015년 11월 기준)의 59.9%(980만 가구)가 아파트다. 전국의 주택 10가구 중 6가구가 아파트여서 그만큼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주민이 많다는 얘기다.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민하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대체로 세 가지 유형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원칙형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경비원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꼼수형 ▶열악한 경비원들의 형편을 감안해 기꺼이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포용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달 15일 내년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방침을 발표하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 A아파트 게시판에는 지난 5일 관리사무소의 ‘경비원 운영방식 변경안’이 나붙었다. 최저임금 인상 대응책으로 35명인 경비원을 25명으로 감축해 연간 4000만원의 관리비를 절감한다는 취지였다.
 
이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최저임금이 내년부터 16.4% 인상되면 각 가구(1651가구)의 관리비가 월 5000원 정도씩 늘어날 상황이다. 이 아파트의 인력감축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등에서 논란이 붙었고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인력 감축론은 현재 쑥 들어간 상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경비원 수 감축 없이 그냥 가자’는 의견이 제기돼 24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인력은 감축하지 않지만 근로시간을 단축해 비용부담을 상쇄하려는 단지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B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수는 줄이지 않는 대신 24시간 맞교대 근무 과정에서 통상 18시간(임금 지급)인 근무시간을 2시간가량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입주민들의 추가 부담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셈이다. 이 경우 근무조 경비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거나 일부 경비업무에 공백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도 우려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비원은 “분명히 부당한 조치지만 해고를 우려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경비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다율동 C아파트(1026가구)의 경우 주민들이 경비원들을 포용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한 경우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월 1만6000여원씩 관리비 추가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경비원 10명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내년 7월까지 1년간 유효하다. 이 아파트는 기존 18시간 근무 시간도 단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아파트 입자주대표인 김광일(66) 파주시입주자대표회장연합회장은 “근무시간 단축 없이 고용을 유지해야만 경비원들에게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가 돌아간다”며 “경비원을 그만두면 대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68∼78세 고령 경비원들의 생계를 돕는 의미에서 주민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상생’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민들이 경비원 인력 감축에 제동을 거는 곳도 생겼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은 엘리베이터에 ‘경비원 14명 해고를 반대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 주민은 경비원 14명을 해고하면 연간 3억원을 절약할 수 있지만 고화질 폐쇄회로TV(CCTV)와 차단기 등 설치·유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단지는 지난달 28일 주민투표에서 주민 78%의 반대로 경비원 14명 감원 계획이 백지화됐다.
 
채수천(74) 경기도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 대부분의 아파트가 무인경비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비원 감축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고령인 경비원의 고용을 유지하며 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입주민과 경비원이 직접 임금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주·성남·대전=전익진·최모란·신진호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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