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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사고 난 국산 K-9 자주포 2009년부터 고장 잇따라

중앙일보 2017.08.21 01:38 종합 8면 지면보기
한국군의 ‘명품’ 무기로 간주됐던 K-9 자주포의 지난 18일 사격 훈련 사고를 놓고 당시 자주포 내에서 화염이 발생했다고 군 당국이 20일 밝혔다.
 

1000대 생산된 세계 정상급 성능
작년 국감서 “5년간 1708건 고장”
철원 사고는 폐쇄기 결함 가능성

군 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벌어졌던 자주포에는 훈련 당시 5명의 승무원과 안전 통제관 2명 등 7명이 탑승했다. 군 당국이 부상자 진술을 종합한 데 따르면 2발을 쏘고 3발째 발사 대기 상태에서 자주포 내부 폐쇄기에서 갑자기 연기가 났다. 이에 안전통제관인 이모 중사가 “대기! 대기!”라고 외치는 순간 장약이 터지면서 포탄이 발사되고 화염이 일어났다고 한다. 폐쇄기는 포 사격을 하기 전 포신을 밀폐하는 장치다. 이 때문에 발사 후 화염과 연기가 자주포 내부로 새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폐쇄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포탄을 발사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군 관계자는 “잠정적으로 운용 미숙과 같은 인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사고가 K-9을 개발 중이었던 1997년 12월 당시 사고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상황도 두 번째 탄을 쏜 뒤 세 번째 탄이 발사되지 않았고 갑자기 자주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약실에 새 포탄을 장전한 뒤 이전 탄에서 남아 있던 장약(포탄을 날려 보내는 추진 화약) 찌꺼기에 불이 붙어 새 탄의 장약으로 옮겨붙은 게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삼성테크윈(현 한화 지상방산) 관계자가 사망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에는 장약이 불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다.
 
현대전에서 포병의 주력은 자주포다. 트럭에 끌려가는 견인(牽引)포와 달리 동력 기관을 내장해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주(自走)포다. 기동성을 갖춘 자주포는 지상전에서 빼놓을 수 없다. 90년대 전력화한 K-9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국산 무기의 대표격이다. 99년 이후 K-9 1000여 문을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 도서와 최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최대 사거리가 40㎞ 이상이며, 빠른 발사 속도 때문에 세계 정상급 자주포라는 평가를 받는다.
 
K-9은 해외 각국에도 수출돼 한국 방산업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01년 터키(10억 달러), 2014년 폴란드(3억1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핀란드(1억4500만 유로)·인도와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잇따라 불량이 발생하고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되는 등 잡음이 계속된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해병대가 연평도에 배치했던 K-9 6문을 쓰려 했으나 2문이 작동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땐 최근 5년간 1708회의 고장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 양욱 한국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1000여 문 이상 생산된 K-9이 5년간 1700여 회 고장 났다면 한 문에서 5년 동안 2번 미만 고장을 겪었다는 것”이라며 “자가용도 5년 굴리면 연간 1~2번은 크고 작은 고장이 생기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연기가 새어 나오고 화염이 발생했다면 자주포 자체에 기계적 결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포병의 주 전력인 K-9 운용에 난제를 안길 수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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