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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의 원샷 야구] 우리가 알던 '철벽 마무리' 손승락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2017.08.21 01:00
[김원의 원샷 야구] 다섯 번째 이야기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28세이브째를 올린 손승락. [롯데 자이언츠]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28세이브째를 올린 손승락. [롯데 자이언츠]

 
'원샷--.'
 
봄에만 반짝한다고 해서 '봄데(봄+롯데)'로 불렸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올해는 '여름데(여름+롯데)'로 불러야 할 것 같다. 
 
후반기(7월 17일 이후) 롯데 성적은 18승1무10패(승률 0.643)로 두산(0.759)에 이어 두 번째로 승률이 높다. '여름데'의 원천은 역전승이다. 후반기 롯데가 거둔 18승 중 15승이 역전승이다. 선제점을 내주고 끌려가다 막판 경기를 뒤집는다. 그리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35)이 나와 경기를 끝낸다. 손승락은 후반기에만 13세이브를 올렸다. 그가 지키는 롯데의 뒷문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20일 대전 한화전도 그랬다. 롯데는 7회까지 1-2로 끌려갔다. 역전 찬스가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날렸다. 그리고 운명의 8회가 찾아왔다. 대타 전준우가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대전구장 원정 응원석은 난리가 났다. 8회 말 한화에게 1점을 내주며 다시 동점이 됐다. 그런데 9회 초 전준우의 역전 적시타가 또 터졌다. 
 
타자들이 판을 깔아줬다. 손승락이 나설 차례다. 손승락은 4-3으로 앞선 9회 말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한화 로사리오에게 안타 1개를 맞았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즌 28번째 세이브. 손승락이 지킨 승리로 롯데는 넥센을 제치고 5위(승률 0.522)로 뛰어올랐다. 4위 LG(0.523)와는 승률 1리 차이다. 
 
지난 16일 부산에서 손승락을 만났다. 세이브 1위에 오른 소감부터 물었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잖아요. 지금 저에게는 세이브 순위 보단 어떻게든 팀 승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일러스트 이장혁 인턴기자

일러스트 이장혁 인턴기자

 
"지난 3년은 도전의 시간"
 
롯데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4년 내내 중위권 싸움을 벌이다 시즌 막판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롯데 구단은 거듭된 실패의 원인을 불안한 불펜에서 찾았다. 2015년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손승락을 4년 총액 60억원에 영입했다. 
 
앞서 세 차례(2010·13·14년)나 구원왕을 차지했던 손승락은 지난 7년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롯데 구단은 물론, 팬들의 기대가 컸다. 손승락이 롯데 뒷문을 굳게 지켜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손승락은 지난해 7승3패·20세이브·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11년(17세이브) 이후 가장 적은 세이브를 올렸다. 
  
"사실 46세이브를 올린 2013년 이후 3년은 저에게 도전의 시간이었어요. 더 이상 힘으로만 승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생겼죠. 여러 실험을 해봤습니다. 투구 폼도 여러 번 바꿨어요. 밤잠을 설친 적도 있습니다. 이제야 제 것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5월부터 그게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난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다시 또 좋은 볼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부상 적은 롯데, 트레이닝 파트의 힘"


손승락 2016년과 2017년 기록 비교.

손승락 2016년과 2017년 기록 비교.

 
손승락은 올 시즌 초반에도 불안했다. 하지만 6월 이후 구위가 살아났다. 한 때 0.436까지 치솟았던 피안타율도 0.269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팀 성적이 좋아지고, 구위가 되살아나면서 등판 기회가 늘고 있다. 손승락은 지난해에 비해 이미 2경기(48→50경기)나 더 나왔다. 
 
하지만 추가한 세이브 숫자에 비례해 손승락의 건강에 대한 팬들의 걱정도 늘었다. 올해 손승락은 어깨 통증, 손 저림 등의 부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팀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 나갔다. 손승락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번의 연투를 경험했다. 이 중 2번은 3연투다. 1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도 13차례나 된다. 그럼에도 손승락은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말 잘 관리해주고 있어요. 지난해 롯데에 와서부터 느낀 거지만 트레이닝 파트가 과학적으로 잘 준비돼 있습니다. 저도 그걸 배우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하는 요령이 생긴 것 같아요. 그동안 잘하다가도 시즌 중반에 기복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잘 관리한 덕분에 중간에 쳐지지 않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손승락. [롯데 자이언츠]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손승락.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의 말처럼 올 시즌 롯데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많지 않다.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 전준우 등을 제외하면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한 주축 선수가 거의 없다. '부상 관리'는 후반기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일 때, 롯데가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긴장감 속에 매일 등판을 준비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불펜 투수는 꾸준한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손승락은 지난 2010년부터 8년 동안 마무리 투수로 뛰면서 2011년(17세이브)를 제외하고 매년 20세이브 이상을 올렸다. 손승락처럼 꾸준한 불펜 투수는 KBO리그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마무리 투수는 패배와 비난을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결과에 동요하지 않고 계획대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잊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2010년 마무리 투수를 맡기 전까지 선발을 경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공을 많이 던져본 경험이 있어서 마무리를 하면서도 크게 아프지 않고 오래 던질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선수·프런트·팬이 합심하면 '포스트시즌' 간다"
 
커터를 구사하는 손승락. [롯데 자이언츠]

커터를 구사하는 손승락.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은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140㎞대의 컷패스트볼(커터)을 던진다. 커터는 직구처럼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오른손 투수가 왼손 타자를 공략하는 데 효과적인 공이다. 메이저리그 최다 세이브(652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마리아노 리베라(전 뉴욕 양키스·은퇴)도 위력적인 커터를 던졌다. 손승락은 영상을 보며 독학으로 리베라의 커터를 습득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무기로 완성했다. 
 
손승락은 최근 몇 년간 빠른 공의 위력이 떨어지며 고전했다. 손승락은 지난해까지 직구 60%, 커터 40% 정도의 공배합을 했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자 올해 커터의 비중을 60%끼지 늘렸다. 리베라 역시 30대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커터의 구사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였다. 
 
"연구를 거듭 하면서 옆으로 휘고, 밑으로 떨어지는 두 종류의 커터를 던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커터의 구사 비율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직구 구위도 덩달아 좋아졌습니다."  
 
손승락은 KBO리그 통산 세이브 226개로 역대 4위에 올라있다. 3위 김용수(전 LG·은퇴)의 227세이브 기록는 올해 안에 넘을 수 있어 보인다. 이제 그가 던지는 공 하나 하나는 기록이 된다. 하지만 손승락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따로 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크게 없습니다. 솔직히 마무리 투수의 기록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어요. 팀이 이기고 있고, 세이브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죠. 기록보다는 꼭 하나 이루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바로 '우승'이에요. 제가 2015년 넥센에서 준우승만 한 번 했잖아요. 계약 기간(2019년까지)이 끝나기 전에 롯데에서 우승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3일 넥센전에서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

지난 3일 넥센전에서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

  
그에게 마지막으로 '롯데의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을 물었다. 

 
"5강 안에는 무조건 든다고 생각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런데 선수들만 잘해서는 5강에 갈 수 없습니다. 선수·프런트·팬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팬 여러분들이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목표에 다달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원샷--.' 야구 속 '한 장면'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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