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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오히려 닭장 비었을 때 살충제 뿌리도록 허용해야”

중앙일보 2017.08.21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수의사 김재홍 서울대 교수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계란은 우유와 함께 필수 아미노산이 다 들어 있는 완전식품이면서도 빠르게 생산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말했다. [김춘식 기자]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계란은 우유와 함께 필수 아미노산이 다 들어 있는 완전식품이면서도 빠르게 생산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말했다. [김춘식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산란계 농가 1239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49곳을 제외한 농가의 계란은 안전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농가의 실태를 알아보면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한 마리당 A4 용지 한 장 크기 면적(0.05㎡)에서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이 일반화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진드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진드기 퇴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곳 중 친환경 농가가 63%(31곳)로 나타났다. 살충제 관리부터 친환경 인증제도까지 정부의 사후관리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져 내려 있는 것이다. 세계수의사대회 조직위원장인 김재홍(63) 서울대 교수는 이번 재앙을 “구멍 뚫린 관리체계와 기후변화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관리 체계에 큰 구멍 뚫리고
규제 너무 강해 친환경 못 지켜
기후변화로 진드기 창궐 부채질
구제제 안 들으니 살충제 사용

밀집사육 자체는 간접적 원인
방사하면 AI 감염 등 더 위험
규제 풀고 사후관리 엄격해야
동물복지 비용 많아 급히 못해

 
밀집사육이 문제인 것인가.
“밀집사육을 안 하더라도 진드기는 생긴다. 이번에 친환경 농장에도 많이 생겼고 유럽에서 친환경 사육을 해도 진드기는 문제가 된다. 논문을 보면 유럽도 평균 84% 감염되었다고 얘기할 정도다. 즉 밀집사육이 직접적 요인은 아니고 진드기가 감염되었을 때 피해를 높일 수 있다. 진드기는 외부에서 들어간다. 사람에게 묻어서 가든, 감염된 닭을 들이면서 옮겨간다. 밀집사육한다고 해서 없던 진드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진드기는 어떻게 닭을 공격하나.
“작아서 눈에 잘 안 띈다. 0.5㎜밖에 안 되지 않나. 낮엔 벽면, 바닥과 틈새에 숨는다. 흡혈은 밤에 나와서 한다. 심하면 새까맣게 보인다. 그 무리를 ‘콜론(군집)’이라고 한다. 그 정도가 되면 상당히 심각하고 피해도 많이 나온다.”
 

언제부터 진드기가 문제였나.
“언제부턴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문제다. 그래도 올해, 지난해처럼 심하진 않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발육이나 증식이 빨라 군집이 폭증한다. 겨울엔 증식이 느리다. 더운 여름철에 진드기가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진드기 서식 환경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근거가 있나.
“직접적 영향이 있다. 모기·진드기 같은 흡혈 곤충은 기후에 맞춰서 사는데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면서 여름철 흡혈 곤충들이 북상한다. 더 온난화되면 댕기열을 옮기는 모기도 늘어날 확률이 크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온난화하면서 나타난 자연의 역습인가?) 그렇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영향이 큰 건 맞다. 1년 내내 더워진다면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다.”
 
유럽에서는 어떻게 관리하나.
“계사가 비었을 때 계사를 확실히 청소하고, 사육 밀도를 낮추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해도 해도 안 되다 보니 네덜란드, 벨기에가 살충제를 쓰게 된 거다. 그 나라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먹잇감인 닭이 있는 한 진드기는 없어지지 않는데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진드기 퇴치를 위해 구제제를 쓰는데 내성이 생겨 잘 안 들으니 살충제를 찾게 되는 거다.”
 
피프로닐, 비펜트린은 언제부터 썼나.
“사실 꽤 오래됐다. 그전에는 구제제를 썼다. 구제제는 등록된 약품인데 안전하다고 정부에서 등록 허가를 내준 것이다. 지금도 쓰긴 쓰는데 잘 안 들으니 살충제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올해 요 몇 년 사이 부쩍 많이 쓴 걸로 판단된다.”
 
계란 안에도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게 문제 아닌가.
“그렇다. 닭이 살충제를 먹으면 소화관을 통해 흡수되고, 피부를 통해 흡수되면서 지방 조직에 가서 축적이 된다. 사람은 피지샘이 있는데 닭은 땀샘이 없다. 따라서 지방 조직에 축적이 되고 일부는 혈류를 타고 산란하는 장기, 난황 노른자나 계란 흰자 쪽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계란 안으로 들어가는 거다.”
 
비펜트린 허용 기준치는 0.01㎎인데 이를 초과했다.
“초과는 맞는데 아직까지는 초과한 범위가 허용기준보다 살짝 높은 정도다. 피프로닐도 0.02㎎인데 0.036㎎으로 나오는 식이다. 그 정도는 성인이 매일 7개씩 먹어도 괜찮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기준이라면 하루에 300개를 동시에 먹어도 된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의 독성은 사람에게는 약하다. 중간 정도의 독성이라고 볼 수 있다. 맹독, 발암물질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곤충한테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척추동물에는 흡수가 잘 안 된다. 대부분은 바로 배출되고 나머지도 오래가지 않아 없어진다. 대한의사협회도 ‘급성독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닭고기는 괜찮냐는 우려도 있다.
“육계는 한 달만 키우면 바로 출하한다. 진드기가 서식할 사이가 없다.”
 
충격적인 것은 친환경 농가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도적적 해이가 극심하다.
“산란계는 산란하고 나서 한 1년 정도 경제성이 있다. 먹이는 사료보다 알을 더 많이 낳아줘야 하니까. 한 1년 지나면 산란율이 떨어진다. 그러면 도태시킨다. 닭을 빼내고 나서 빈 계사 구석구석에 살충제를 뿌리면 효과가 좋다. 그런데 친환경 농장은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닭을 빼내고 나서도 빈 계사에 살충제를 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진드기가 더 심해지고 살충제를 더 많이 쓰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가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왜 사후관리에 구멍이 뚫렸나.
“나도 의외였는데 친환경 인증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허가해 줄 당시엔 조사를 확실히 한다. 체크포인트 등의 조사 기준에 맞으면 인정을 해주고 보조금까지 2000만, 3000만원을 준다. 그런데 한 번 인정을 받고 나면, 사후관리에 굉장히 약하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규정을 어겼을 땐 확실히 제재하고 잘 지키면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기준을 안 지켜 적발되면 제재가 강하게 들어가야 하는데 늘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 차라리 위반을 하고 벌금이나 과태료를 조금 내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정직하게 친환경 사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후점검 전문인력은 체계가 갖춰져 있나.
“그게 문제다. 사후점검을 하더라도 현장 조사를 간 사람들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문성 없는 행정 요원들이 들어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체크한다. 실제 농장에서 운영되는 시스템을 안 다음, 거기서 인증제도에 벗어나는 문제를 찾아야 하는데 찾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조사자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들 수준을 높이는 것도 과제일 거 같다.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현장과 시스템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교육,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인증제도는 많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감독을 해야 하는데 관리 대상에 대한 실태 파악부터 허술하다. 인증을 해도 이론 위주로 하고 실무 위주의 교육은 잘 안 한다. 그런 인력의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
 
농가가 할 일은 무엇일까.
“당장 살충제를 못 쓰면 진드기가 엄청 극성을 부릴 텐데 농가 입장에선 갑갑하다. 대처 방안도 없이 살충제 사용을 무조건 막으면 대안이 없다. 세계적으로 특효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안 안 주고 못 쓰게 하면 언제라도 음성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체계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휴지기간을 두고 계란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18일 끝난 전수조사도 문제다.
“원래 농장 내로 조사요원들이 가서 계사마다 직접 들어가 무작위로 수거해야 한다. 그런데 농장주가 주는 대로 집어오고, 어떤 경우엔 농장 안에 안 들어가고 바깥에서 받아오기도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때도 전염 우려 때문에 농장주가 꺼리면 직접 조사가 어렵다. 앞으로는 못 들어가게 하는 농장에는 강한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
“일단 친환경 농장에 닭이 비었을 땐 살충제 성분을 쓸 수 있다고 정부에서 고시를 해줘야 한다. 또 휴지기를 두고 계란 모니터링을 한다든가, 진드기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을 비롯해 연구개발을 한다든가, 또 케이지에 규조토나 실리카 도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돈이 들 테니 정부에서 보조금 지원을 해주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산업체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직접 관련은 없지만 밀집사육 환경은 개선하면 아무래도 좋다. 진드기뿐만 아니라 AI 등 다른 전염병도 밀집사육하면 발병률이 높아진다.”
 
동물복지로도 연결될 것같다.
“올 4월 정부에서 AI 방역개선대책을 내놓으면서 닭 한 마리당 최소 면적기준을 0.05㎡에서 0.075㎡로 늘리자는 방안이 포함됐다. 그런데 산란계 농장에선 완전 반대한다. 이 기준대로 하면 케이지를 전부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점진적으로 유예기간을 두고 시도해야 한다.”
 
아예 방사하면 어떻게 되나
“흙 목욕하면 진드기가 많이 털어져 나가고, 부족한 영양 성분을 쪼아 먹을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방사해도 가격 상승이 안 된다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야생 조류와 접촉하면 AI에 취약해진다.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겠나. 유럽도 악성 질병 있을 땐 방사를 막는다. 면역이 조금 올라간다고 악성질병을 막을 순 없다.” 
 
김재홍은 …
오는 27일부터 ‘원헬스’를 테마로 인천시에서 열리는 세계수의사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세계 75개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 5000명이 한국을 찾아 AI와 동물복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서울대에서 공부한 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질병연구부장을 했다. 그래서 구제역·AI 때 현장에서 살다시피했고 현장 사정을 잘 안다. 2007년 서울대로 옮겨 지난 2월까지 수의대 학장을 역임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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