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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발 묶인 원격진료 … 의료서비스 산업 홀대 언제까지

중앙일보 2017.08.21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조사에서 의료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산업으로 선정됐다. 정보통신 ,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의료산업에 적용했을 때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신기술은 IBM사의 왓슨처럼 질병 관리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여 운동량·식습관·혈압·혈당 등을 관리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다.
 
소득증대와 인구 고령화로 양질의 의료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의료산업은 오늘날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선진국들이 의료산업을 4차 산업혁명의 대표로 꼽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효율성 개선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을 포함한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 3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의료공공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보장성 확대로 늘어날 예산은 언젠가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의료공공성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실효적인 의료비 절감 대책도 함께 내놔 야 할 것이다.
 
만성질환은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환자 중심의 보장성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동시에 정부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건강관리와 질병 관리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늘어날 예산에 비해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아 소극적이라면, 원격진료나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참여를 적극 이끌어 내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로 만성질환 발병을 줄이고 의료비 부담을 낮춘다면 의료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국가가 모든 영역의 의료서비스를 완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덕적 해이와 과잉진료 등 비효율도 빠르게 커지기 때문이다. 의료의 국가책임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보완적인 역할을 장려하여 상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국내총생산(GDP)의 5%, 전체 의료산업의 75%를 차지하는 ‘의료서비스’가 주요한 미래 산업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0여 년 전 노무현 정부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여, 요즘 트렌드에 비춰봐도 전혀 손색없는 의료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세계 최초’라는 가능성을 선점하고도 10년 넘게 원격진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만 되풀이 하다가 새 정부 들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민간,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이 참여하는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의료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실현하길 바란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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