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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스타, 금호타이어 가격 깎아달라 요구한 3가지 이유는?

중앙일보 2017.08.21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에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을 9550억에서 8000억원으로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계약 조건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사라졌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한다. 박 회장이 권리를 행사하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불발에 그친다. 더블스타는 왜 이런 요구를 했을까.
사진=금호타이어

사진=금호타이어

 

주가 급락해 경영권 프리미엄 급등
더블스타 “1500억 인수가 인하” 요구
계약 바뀌면 ‘박삼구 매수권’ 부활
채권단, 이번엔 컨소시엄 허용 방침

①100% 넘는 프리미엄은 과하다
 
 더블스타가 지난 3월 채권단(지분 42.01%)과 맺은 인수 가격은 주당 1만4389원이다. 계약 당일 종가(3월 13일, 877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64%를 얹어 줬다.
 
 그런데 그간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 상반기엔 507억원 영업손실을 보면서 적자 전환했다. 지난 18일 주가는 671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1년 내 최저가다. 계약일로부터 지난 18일까지 약 5개월간 코스피 지수는 11.4% 오르는 동안 금호타이어 주가는 23.5% 떨어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114%를 쳐 주는 셈이다. ‘너무 비싸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계약서(SPA)상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줄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워크 어웨이ㆍwalk-away)이 담겨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인수합병(M&A) 계약에는 우발채무를 보상해 주는 조건이 포함된다. 우발채무란 지금의 빚은 아니지만 미래 특정 조건에선 빚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불확정채무를 의미한다. 소송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 중이다. 법원이 18일 2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에서는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알 수 없다. 채권단은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를 매매가의 16.2%, 1547억원 한도로 정했다.
 
 더블스타는 어차피 대법원에서 노조 측의 승리로 끝나면 채권단이 그 돈을 물어줘야 하니 손해배상 한도액 만큼 깎아달라는 입장이다. 그 대가로 매매계약에서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배상 조항을 삭제하고, 매각 자체를 불발시킬 수 있는 워크 어웨이 조항도 없애겠다는 협상안을 내밀었다.
 
 인수가를 8000억원으로 가정하면 현 주가를 반영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80% 수준으로 줄어든다.
 
②박삼구, 8000억 마련 못한다
 
 가격이 조정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 금호타이어를 되가져갈 가능성이 커진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더블스타의 꿈은 멀어지는 셈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니그룹 회장.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니그룹 회장. [연합뉴스]

 
 그럼에도 더블스타가 가격 인하에 베팅한 것은 박 회장이 8000억원을 동원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서도 신경전 끝에 “구체적인 컨소시엄 구성 계획을 들고 오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채권단의 양보를 얻어냈지만, 박 회장은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채권단은 이번에는 박 회장이 향후 제기할 수 있는 절차상의 시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조건없이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전체 생산능력(capacity)의 35%(2016년 기준)를 중국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생산능력은 되는데 판매가 부진해 현재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상반기 적자전환의 이유도 중국에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중국 업체가 금호타이어를 사야 중국 내 판매가 늘고 경영 정상화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더블스타에의 매각이 불발되고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가져간다면, 중국이 유형ㆍ무형의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을 도와 컨소시엄에 참여할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박 회장의 정치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금호타이어 전ㆍ현직 임직원부터 광주지역 시민단체, 해외 바이어 등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을 비롯해 광주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먹튀’ 우려가 있는 중국 업체로의 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론을 등에 업은 박 회장이 투자자를 끌어모아 금호타이어 되찾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③‘돈줄’ 중국 지방정부 눈치 본다
 
 글로벌 타어어 업계 34위 더블스타가 14위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지방정부가 돈을 댔기 때문이다. 더블스타가 구성한 컨소시엄에는 중국 칭다오 지방정부를 비롯해 기타 지방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더블스타 홈페이지

이미지=더블스타 홈페이지

 
 그런데 중국은 최근 국부 유출을 우려해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제한하고 나섰다. 일단 타깃은 해외 부동산ㆍ호텔ㆍ엔터테인먼트ㆍ스포츠구단 등에 대한 투자다.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보다 앞서는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투제 제한 업체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반적인 해외 M&A 규제 분위기에서 제값보다 훨씬 비싸게 해외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지방정부에는 부담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 등 때문에 새로 공장을 짓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생산 설비, 특히 중국 공장은 탐나는 물건”이라며 “아예 계약을 해지하기 보다는 인수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돈줄’ 지방정부에 가능한 싸게 샀다는 명분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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