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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 대기업 특혜는 기우 … 신청 업체 85%가 중기”

중앙일보 2017.08.21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기업의 자율적·선제적 사업재편 지원을 위해 마련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이달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되는 상법·공정거래법의 각종 절차와 규제 등을 한 번에 풀어준다고 해서 ‘원샷법’이라는 별명이 붙은 법이다.
 

‘기업활력법’ 전도사 정갑영 위원장
첫 해 적용된 기업 일본보다 많아
현 요건 완화해 대상 업체 늘려야

지난 1년간 ‘기활법 전도사’로 활동해 온 정갑영(56·사진)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장(전 연세대 총장)은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기업이 미리 자율적으로 사업재편을 한다면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개별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전체로는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1년을 평가하자면.
“1년간 46개 기업이 기활법을 적용받았다. 상담 건수는 1500건이 넘는다. 시행 첫해 일본은 월평균 3.3개사가 승인됐는데, 한국은 3.8개가 승인됐다. 일본이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3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기업 스스로가 사업재편의 동기를 얻고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다.”
 
인상 깊었던 사례는 무엇인가.
“삼영기계는 원래 선박용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주력 사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생산기반과 노하우를 활용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분야인 발전용 엔진 부품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케미칼와 유니드 간의 사업재편도 있다. 가성소다 시장은 과잉공급으로 어려운 시장이다. 한화케미칼은 울산의 가성소다 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했고, 유니드는 해당 공장을 가성칼륨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어떤 업종·기업이 주로 신청하나.
“신청 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구조조정을 통한 혁신이 필요한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이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85%를 차지한다. 당초 우려했던 ‘대기업 특혜’는 기우였음을 말해준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세제·금융 측면의 지원제도를 주로 활용했고, 대기업은 합병절차 단축 등 절차적 혜택을 많이 활용했다.”
 
앞으로 기활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현행 과잉공급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의견이 많다.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보다 15% 이상 감소해야 하고, 다른 5개 지표 중 2개 이상이 산업평균보다 악화돼야 한다는 요건이다. 법의 취지를 생각할 때 이런 요건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 금융·세제·R&D 지원 헤택을 더 늘리면 신청 대상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경제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은.
“경제는 결코 법이나 명 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왼손으로 국내 기업을 다스리려 해도 대외여건은 오른손의 힘으로 작동한다. 오른손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제약하면 왼손이 추구하는 가치마저 실현되기가 어렵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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