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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분양 연기 … 강남 재건축 ‘눈치게임’

중앙일보 2017.08.21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20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밀집한 서울시 송파구의 상가 건물. 8·2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매수자를 찾기 힘든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부동산중개업소가 밀집한 서울시 송파구의 상가 건물. 8·2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에선 매수자를 찾기 힘든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8·2 부동산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잇달아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분양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마치고 가을 성수기 문턱에 들어섰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눈치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3.3㎡당 4500만원 가까운 분양가를 밀어붙일지,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이를 다소 낮출지 주목된다.
 

집값 하락 조짐 보이자 속도 조절
LTV 규제에 묶여 추가 대출도 부담

분양가 높으면 분양 보증 퇴짜 우려
3.3㎡당 4500만원 밀어붙일지 관심
다음달 시행 분양가상한제도 변수

삼성물산이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2296가구)는 애초 이달 25일 견본주택을 개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합과 협의 지연 문제로 9월 중순께로 연기됐다. 일부 조합원은 8·2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한도에 묶여 추가 분담금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시 이달 말 분양할 예정이었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6차·757가구)도 분양을 다음달로 미뤘다. 두 단지는 8·2 대책 이후 첫 강남권 재건축 물량이라 관심을 모았다. GS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산정 같은 인허가 절차가 지연돼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9~10월 분양 예정이던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롯데캐슬’(1230가구) 재건축도 11월로 분양을 미뤘다. 일정 지연으로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동구 상일동 초대형 재건축 물량인 고덕주공 3단지(4066가구)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달 분양 계획을 잡았다가 최근 들어 다음달 말로 분양을 연기했다. 청약 접수는 10월께 진행할 예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 이후 각종 규제에 분양가상한제 같은 변수가 불거졌다”며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조합 스스로 속도 조절에 나선 곳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흥행’ 공식을 이어가던 강남 재건축 단지가 고심하는 건 분양가 책정 때문이다. 시공사 입장에선 이르면 다음달부터 민간 택지에 적용하는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분양을 당기는 게 낫다. 분양가상한제는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분양가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 수입을 늘려야 하는 재건축 조합은 분양가를 한 푼이라도 올려 받으려 한다. 이 때문에 막판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의 경우 분양가를 3.3㎡당 4500만∼4600만원으로 책정할 계획이었으나 8·2 대책 이후 조합과 시공사가 분양가를 3.3㎡당 300만원가량 낮추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우 예상 분양가는 3.3㎡당 4600만원 수준이었지만 분양가를 3.3㎡당 200만원가량 내리는 방안을 시공사와 조합이 논의하고 있다.
 
개포시영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를 높였다가 분양승인을 못 받아 사업이 지연되면 안 되고, 그렇다고 분양가를 낮추면 조합원 분담금이 올라 분양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지역의 경우 인근 평균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분양 보증을 내줄 수 있다고 기준을 정하고 있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현대건설 ‘디에이치아너힐즈’는 경우 당초 분양가를 3.3㎡당 4457만원으로 책정했다가 HUG가 분양 보증을 거절하는 바람에 분양가를 4137만원으로 낮춰 지난해 8월 분양했다. 8·2 대책 이후 HUG가 분양승인을 보다 까다롭게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건설업체 재건축 담당 팀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상황에서 고분양가를 내세우면 자칫 ‘시범 케이스’로 찍힐 수 있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춰 책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약 흥행 기상도도 예전보다 흐려졌다. 청약 가점제 적용 강화로 청약 문턱이 높아진 데다 이전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3㎡당 분양가가 4300만원일 경우 공급면적 110㎡(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4억원에 이른다. LTV 40% 규제를 적용할 경우 대출을 제외하고 분양가의 60%인 8억4000만원을 가져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바뀐 시장 분위기 탓에 시공사가 중도금 대출 은행을 찾는 데도 애를 먹고 있어 집단 대출도 어려워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재건축은 수요층이 탄탄해 미분양 우려가 크진 않다. 하지만 가수요자에 대한 문이 확실히 좁아진 만큼 청약 경쟁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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