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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장수마을 건강 비결은 어린이처럼 깨끗한 장

중앙일보 2017.08.21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2면 지면보기
장 건강 잣대 ‘변 독소’
‘장(腸)’의 기능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체의 면역 기능을 비롯해 해독·신경전달·사고능력 같은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장 건강이 장 질환뿐 아니라 당뇨·치매·암·비만 같은 각종 질환과 밀접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최근 장을 ‘제2의 뇌’로 부르며 중요시하는 이유다. 이들 연구결과가 장 건강의 핵심 요소로 지목하는 것은 장내 세균과 장내 환경을 대변하는 ‘변 독소’다. 
 

무병장수 105명의 유익균 채취
장에서 오래 사는 유산균 개발
면역력 강화, 세균 제거에 효과

사람의 장에는 약 100종류, 총 100조 마리 이상의 균이 살고 있다. 이들 균은 크게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나뉜다. 이 두 집단 간의 균형이 깨지면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영 교수는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구성 비율을 지키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장 속 유익균·유해균 불균형 때 발병
장내 세균은 매일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사람마다 대변 속 미생물의 분포는 다르다. 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많아진다. 유해균이 많으면 장내 독소가 쌓이고, 배출되는 변의 독성도 커진다. ‘변 독소’로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이유다. 장내 세균의 중요성 때문에 유럽과 미국·캐나다 등지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통째로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이를 ‘변 이식’ 혹은 ‘대변이식술’이라 부른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에서 유익균을 선별한 뒤 내시경·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3∼4년 전 시작해 지금까지 100여 건 정도 이뤄졌다. 단기간에 장내 미생물 구성 비율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장내 환경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은 국내 장수마을 주민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최근 한 의학전문지 ‘바이오메디컬센트럴 미생물학(BMC Microbiology)’에는 한국의 도시와 장수마을 고령자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담양·구례 같은 장수마을 주민은 ‘변 독소’ 수준을 나타내는 LPS가 도시 거주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LPS는 장내 염증을 일으키는 그람음성균의 막에 부착된 성분으로 장내 유해균의 침입을 판단하는 척도로 쓰인다. LPS가 심하게 높으면 내독소로 인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장수마을 주민들이 어린이와 비슷한 수준의 장내 균총(colony) 상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어린이의 장 속은 인스턴트식품과 스트레스, 나쁜 생활습관 등에 적게 노출돼 성인에 비해 깨끗한 상태다. 연구진은 “장수마을 주민의 (건강한) 식습관이 LPS를 낮추고 장내 균형을 유지한 비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건강을 지키고 싶어도 현대인이 장수마을 사람들의 식생활과 환경을 따르는 것은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채식과 함께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는 김치·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특히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는 최소 일주일 이상 발효식품을 섭취해 장내 세균을 정상화시키도록 권한다.
 
 
김치·된장 같은 발효식품 섭취
생활 속에서 가장 손쉽게 장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유산균을 직접 섭취하는 것이다. 유산균이란 건강한 사람의 장에 사는 유익균을 뜻한다. 유산균은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식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장내 균총이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다.
 
최근엔 국내 장수마을 주민의 장 속 유익균을 원료로 한 유산균이 개발됐다.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이연희 교수팀이 개발한 ‘락토바실러스 퍼맨텀 PL9988’이다. 국내 대표 장수마을 8곳의 건강한 장수인 105명의 장 속에 사는 유익균을 채취한 뒤 분리해 개발했다. 이 유산균은 다른 유산균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위산과 담즙에 강해 장까지 살아서 도착한다. 장 세포에 달라붙는 부착성도 뛰어나 장에서도 오래 살아남는다. 면역력을 높이고 장내 병원성 세균을 죽여 장을 활성화하는 기능도 있다. 특히 PL9988에서는 항생제 내성 전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때 유럽에서는 일부 유산균에서 항생제 내성을 전이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장 건강의 핵심은 장내 세균, 더 정확히는 장내 균총의 조화를 잘 지키는 데 있다. 이기영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진다”며 “고령자일수록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이 감소하고 유해균인 대장균군·클로스트리듐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중·장년층의 장 건강에 주의를 당부했다.
 
유산균을 섭취할 땐 비타민D도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유익균은 감소하고 유해균이 증가하면서 장내 균총의 조화가 깨질 수 있다. 유산균과 함께 비타민D를 보충하면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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