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대나무는 죽순을 틔우는 데 3년이 걸린다. 죽순이 나면 대나무는 불과 3개월 만에 5m 가까이 자란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는 성장의 밑거름이자 미래를 위한 저축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100년 넘는 기간 동안 혁신 기업으로 추앙받는 이유도 R&D 때문이다.
10대 기업, 매출 늘었는데 R&D 투자 비중은 0.1%포인트 하락
1조원 넘던 현대차도 9000억원대로 떨어져…도요타 절반 수준
세계경제 불확실성·산업환경 변화 등이 R&D 가로막아
4차 산업혁명 앞두고 M&A 활발한데 한국은 부진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R&D에 1조7019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2.3%로 전년 동기 대비 836억원 줄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폴크스바겐 6.3%나 도요타 3.8%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미국·중국 시장의 부진과 글로벌 대형사들의 합종연횡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 R&D 투자를 늘리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글·애플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7.1%로 전년 동기(7.5%)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이 비중은 2015년 7.4%, 2016년 7.3%에서 3년째 하락했다.

R&D 비중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산업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R&D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불황이 아직 꺾이지 않은 점도 부정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의 누적 효과로 R&D 투자 여력이 많이 상실됐고, 기업의 투자 의욕도 적지 않게 꺾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4대 복합·혁신 과제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꼽았지만 아직까지 세부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해외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많이 인수합병(M&A)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마저도 부진하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는 8686억 달러(약 99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해 273억 달러로 2012년 306억 달러에 비해 33억 달러 감소했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는 “일자리와 소득 증대는 경제발전과 기술 혁신의 결과이지, 원인이 될 수 없다”며 “한국은 R&D든, M&A든 신기술의 공급과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R&D를 확 줄이고 민간 R&D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신기술 개발과 기술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