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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장으로 트럼프를 통쾌하게 비웃는 정치 만평가

중앙일보 2017.08.20 16:44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19일자 표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렸다.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만평이다. 그것도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비밀모임인 KKK의 복면을 쓴 모습이다.
 

KKK 흰 복면 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만평
미국 작가 로드리게스 작품, 대선 때부터 트럼프 비판
"트럼프는 처음부터 KKK 복면을 쓰기에 손색 없는 인물
'독재자' 트럼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 그리는 게 내 사명"

이 그림은 지난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리 장군 동상 철거에 항의하는 백인우월주의 집회와 이에 맞선 반인종주의 시위대가 충돌한 가운데 한 남성이 자동차를 몰고 반인종주의 시위대 한가운데로 돌진한 사건과 관련 있다. 반인종주의 시위대의 한 여성 참가자가 차에 치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양쪽 다 잘못했다”며 양비론을 폈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반인종주의 시위대를 동일시하는 발언으로, 차별주의자들을 옹호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표지 그림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풍자한 것이다.
뉴욕 맨해튼 23번가 지하철역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포스터 앞에 선 에델 로드리게스. [에델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뉴욕 맨해튼 23번가 지하철역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포스터 앞에 선 에델 로드리게스. [에델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미국인 에델 로드리게스다. 그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KKK 복면을 쓰기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트럼프에게 비판적이었다.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인 로드리게스는 자신이 ‘독재자’로 여기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일찍부터 경고해왔다. 그는 “이게 나에게 주어진 사명감”이라고도 했다.
 
 
위 그림은 지난해 말 선거기간 중 로드리게스가 그린 만평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TV 토론 모습을 그렸다. 클린은 흰색 정장을 입었고, 트럼프는 흰색 후드를 뒤집어썼다. 1년 전에는 이런 그림이 과대망상쯤으로 치부됐을지 모른다. 허핑턴포스트는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로드리게스의 예언에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작품과 관련해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다. 대선 기간 중에 이런 사실을 경고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을 이미 예상했다”며 “내 작품이 과장되고 불공평하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을 꾸준히 제작 발표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 첼시역에 전시된 에델 로드리게스의 작품 포스터들. 'Speak up!' (정의를 위해) 발언하라고 쓰여있다. [에델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뉴욕 맨해튼 첼시역에 전시된 에델 로드리게스의 작품 포스터들. 'Speak up!' (정의를 위해) 발언하라고 쓰여있다. [에델 로드리게스 인스타그램]

이번 슈피겔 표지에 대해 그는 “트럼프는 과거 그 어떤 대통령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나치, KKK 편에 섰다”며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며, 동시에 불쾌한 일이기도 하다. 수 천 명의 미국 병사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싸운 상대가 나치즘이었다”고 지적했다.
 
8월13일 샬러츠빌 집회 후 나온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 만평 역시 로드리게스의 작품이었다. 성조기 앞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남성의 모습이다. 트럼프의 샬러츠빌 발언을 풍자한 것이다.
 
트럼프 만평

트럼프 만평

 
앞서 지난 2월 이뤄진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작품이 공포에 떠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길 바랍니다. 내 작품을 보고 ‘아,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다. 나도 용기를 갖고 불의에 맞서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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