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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성전환 수술 없이 여성 2명, 호적상 남성으로 변경 허가

중앙일보 2017.08.20 16: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적인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가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일본에서 지난 2년새 성분화증 환자 여성 2명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채 호적을 남성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염색체나 호르면 분비 이상으로 난소나 정소, 성기 발육에 이상이 생겨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성분화증을 앓고 있는 여성 2명이 호적을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이들은 신체는 여성이지만, 태아기 때부터 남성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돼 자신을 남성으로 생각하고 생활해 왔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고 남성으로 호적을 변경한 사람은 모두 20대 여성이다. 일본 가정법원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한 명 씩 호적 변경을 허가했다.  
 
 각각 오카야마대학병원에서 성분화증의 일종인 ‘21수산화효소결손증(선천성 대사이상)’ 진단을 받은 뒤 거주지 가정재판소(가정법원)에서 호적상 성별을 바꿔달라는 가사심판을 제기해 성별 변경 허가를 받았다.
 
 두 가정법원은 신청인이 이미 남성으로서 생활하는 등 사회적 성별이 남성인 점, 그리고 의료상 이유 등으로 자궁이나 난소를 적출하는 수술을 받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신청을 받아들였다.
 
 성동일성장애학회 이사인 하리마 가쓰키 박사는 “성별을 판단하는 비중을 신체에서 마음으로 이전한 결정으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2004년 시행된 성동일성장애특별법에 따라 신체와 마음의 성별이 다를 경우 성전환 수술을 통해 신체의 성별을 마음의 성별에 맞춘 뒤 호적상 성별을 바꾸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5년까지 일본에서 신체와 마음이 일치 하지 않는 현상으로 진찰을 받은 사람은 2만2000명에 이른다. 2004~2016년 성동일성장애특별법에 따라 6900명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2014년 성전환 수술 강요는 인권침해로, 성 정체성 자기결정권 및 인간의 존엄성 존중에 반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서도 성전환 수술 비용이 100만~200만엔(약 1049만~2097만원)에 이르는데다 건강보험이 적용안 돼 환자들의 꺼리는 경우가 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영국‧독일‧프랑스 등 30개국에서 수술 없이도 성별을 변경할 수 있다.
 
 국내 법원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가족관계등록예규를 근거로 외부 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 성별 변경을 불허해 오다 지난 2013년 3월 서울서부지법이 여성에서 남성의 성별 변경을 허가해 주면서 유사 사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자는 ‘성기 형성수술이 덜 어렵다’는 이유로 이후에도 성별정정이 불가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청주지법 영동지원 신진화 부장판사는 외부 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30대 성전환자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것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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