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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고가 난 K-9 자주포는

중앙일보 2017.08.20 14:49
K-9 자주포 '선더(Thunderㆍ천둥)'

K-9 자주포 '선더(Thunderㆍ천둥)'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사격 훈련 중 사고로 두 명의 사상자를 낸 K-9은 국산 자주포다. 육군은 K-9외 K-55와 개량형인 K-55A1 등 두 종류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다. K-55 계열은 미국의 자주포인 M109를 국내에서 라이선스 생산한 자주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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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대 생산, 4개국에 수출한 국산 자주포
2009년 이후 잇따른 비리와 결함 발견돼
현대 전쟁의 주력은 스스로 달리는 자주포

K-9은 1999년 1000여 문이 백령도ㆍ연평도 등 서북 도서와 최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됐다. 최대 사거리 40㎞와 빠른 발사 속도(분당 6발) 때문에 세계 정상급 자주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 때문에 2001년 터키(10억 달러)와 2014년 폴란드(3억 1000만 달러), 올해 핀란드(1억 4500만 유로)와 인도에 각각 수출이 성사됐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K-9 수출길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2009년 이후 잇따라 불량이 발생하고 납품 과정에서의 비리가 적발됐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당시 해병대가 연평도에 배치했던 K-9 6문 중 2문이 작동하지 못했다. 1문은 포사격 훈련 중 불발탄이 끼어 사격 불능 상태였고, 1문은 북한 포탄이 자주포 근처에 터지면서 그 충격으로 사격 통제장치에 이상이 생겼다. 지난해 국감에선 최근 5년간 1708회의 고장이 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양욱 한국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K-9이 5년간 1700여 회 고장났다면 1대가 5년 동안 2번 미만 고장을 겪었다는 셈”이라며 “자가용도 5년 굴리다보면 연간 1~2번은 크고 작은 고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사고 원인이 K-9 자체 결함일 수도 있지만 장약(추진제)의 불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발 달린 포 ‘자주포’=대포는 발명 이후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지만 약점이 있었다. 너무 무거워 이동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오스만 투르크가 1453년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할 때 사용한 대포는 길이가 8m가 넘었고, 무게는 19t이었다. 이를 수송하기 위해서 30대의 수레와 60마리의 소, 200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17세기 30년 전쟁을 겪으면서 대포는 가벼워져 말들이 끌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군들은 말보다 더 힘세고 더 빠르면서 거친 지형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수단을 계속 찾았다. 
우르반 대포. [사진 위키피디어]

우르반 대포. [사진 위키피디어]

최초의 자동차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1769년 프랑스에서 조세프 퀴뇨가 증긱기관을 이용한 ‘탈것’을 만들었다. 바퀴 3개짜리 이 운송수단은 대포를 옮길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속도는 시속 4~5㎞ 정도로 느렸고, 15분마다 물을 보충해줘야 했다. 차를 세우는 브레이크가 없고 조종이 힘들어 시험 주행 도중 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조셉 퀴노의 증기기관이 일으킨 최초의 교통사고. [사진 위키피디어]

조셉 퀴노의 증기기관이 일으킨 최초의 교통사고. [사진 위키피디어]

19세기 이후 내연기관이 발달하면서 점점 자주포의 형태가 갖춰졌다. 최초의 자주포는 1차 세계대전 때 영국 육군이 사용한 마크-1이었다. 1917년 나온 이 자주포는 최초의 탱크인 마크-1 위에다 포를 얹은 형태였다. 필요할 때 포를 탱크에서 내린 뒤 쏠 수도 있었다.  

최초의 자주포 영국의 마크-1.  [사진 위키피디어]

최초의 자주포 영국의 마크-1. [사진 위키피디어]

현대 전쟁에서 포병의 주력은 자주포다. 자주포는 스스로 움직이는(自走) 포다. 반대말은 견인포다. 트럭에 끌려 가는(牽引)포와 달리 자주포는 동력기관이 내장돼 다른 운송수단의 도움이 필요 없다. 요즘과 같이 정찰수단이 발달한 세상에서 한 곳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포를 쏠 수가 없다. 바로 대포병 탐지 레이더나 무인정찰기(UAV)로 위치를 파악한 적의 대(對)포병사격으로 반격하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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