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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 거리 줄이는 블라인드 채용

중앙선데이 2017.08.20 01:00 545호 30면 지면보기
소통 카페
대통령과 우리는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청와대와의 물리적 거리가 정답이 아니라는 건 안다.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수학적 측정 수치가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대통령과 우리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하버드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밀그람(Stanley Milgram)은 1965년 ‘2억 명의 미국 인구 중에서 직접적으로 모르는 두 사람이 몇 사람의 중개자를 거치면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연구문제로 사람들의 사회적 거리, 사회적 접촉의 특징에 대해 조사했다(『The Small-World Problem』). 그는 캔자스주의 위치타와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에서 각각 한 사람을 발신자로, 2000㎞ 이상 떨어진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캠브리지와 샤론의 거주자를 각각 수신자로 무작위 선정했다.
 
발신자는 자료가 담긴 봉투를 읽어 보고 특정 수신자에게 그 봉투가 전달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중개자를 찾아서 전달하고, 그 중개자는 또 발신자가 돼 다른 중개자에게 봉투를 지속적으로 전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단 가까운 친구나 면식이 있는 지인 중에서 중개자를 선정하는 조건이었다. 봉투가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접촉’의 특징을 분석했다.
 
이 연구의 결과는 대략 5명의 중개자가 개입하면 생면부지의 미국인들이 서로 연결(접촉)된다는 것으로(중개자는 2명에서 10명에 분포) ‘세상은 참 가깝게 연결되는 좁은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연구자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주 멀리 있거나 단절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5명이라는 숫자는 크지 않다는 사람들의 경험적인 고정관념이 ‘좁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하면서, 같은 사회에 살고 있어도 개인의 직업·소득·학력·활동·교제·세력 등의 요인에 따라 사회적 접촉과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개인이 속한 집단의 특성이 소통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밀그람 연구를 떠올린 것은 공공기관부터 도입하려는 블라인드 채용이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거리를 줄이고 소통을 확대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서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 외모 등 선입견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정보를 지원서에 기재하지 않음으로써 특정 정보가 면접이나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거나 우대하는 악영향을 줄이자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절박한 일자리와 미래를 위해 그야말로 출발선일 뿐인 지원서에서나마 연고·집단주의의 폐해를 막아 보려는 안간힘이다. 학연·혈연·지연·네편·내편·외모·거주지역과 같은 전통적 고질병과 물질만능에 물든 신종 전염병이 우리 공동체를 더 이상 병들지 않게 치료든 예방이든 서둘러야  한다.
 
학력이나 외모와 같은 차별을 초래해 온 정보를 입사지원서에서 퇴출시킨다고 실력에 바탕을 두는 사회제도(메리트 시스템)가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차별을 유발하고 소통을 방해하는 정보를 퇴출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사회, 서로 서로 가까운 사회가 되는 길이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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