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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亂’겪는 유통업계

중앙선데이 2017.08.20 01:00 545호 3면 지면보기
김밥에서 계란 빠지고 빵·과자 생산 타격
“적합 판정률 96%, 수요 점차 회복될 것”
김밥집이나 분식점 등 소규모 식당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역 인근 도시락 전문점 사장 이모씨는 “기본 반찬으로 들어가는 계란부침을 빼 달라는 손님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공덕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병국(41)씨는 “아침부터 김밥에서 아예 계란을 뺐다”고 말했다.
 
19일 경기도 수원의 한 계란 도매업체에서 반품 처리된 계란을 깨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기도 수원의 한 계란 도매업체에서 반품 처리된 계란을 깨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마트에서의 계란 매출 역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전 점포(147곳)에서 계란 매출은 전주 대비 40%,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하락했다. 점포당 계란 환불 건수도 25건에 이르렀다. 롯데마트 역시 계란 매출액이 평소 대비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과·제빵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루 계란 130만 개 정도를 사용하는 SPC그룹은 “평소 이틀치 재고 물량을 비축하는데 공급 중단이 며칠 지속되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제과와 오리온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쿠키·비스킷 등의 제품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는 지난 17∼18일 매출이 전주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빵을 만들 때도 살충제 계란이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계란 한 판(30개) 평균 소매가격은 7595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0% 넘게 올라 있다. 올 초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파문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된 까닭에 계란 공급 자체는 대폭 줄어 있다. 이에 더해 통상 7∼8월엔 더위를 먹은 산란계가 알을 평소보다 적게 낳아 공급량이 원체 적다.
 
공급 쇼크에 이어 소비자 수요마저 동시에 급감했기 때문에 계란 값이 향후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통상적으로 공급이 줄어들면 계란 값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공급 감소보다 수요 감소 폭이 더 크다면 계란 값이 도리어 하락할 수 있다”며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과거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수요가 약 20% 줄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수요 감소세가 이어지겠지만 ‘적합’ 판정비율이 약 96%이기 때문에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계란이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식품이기 때문에 아예 기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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