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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시즌2는 다를까] 중도 인출 가능하지만 가입 제한 여전해

중앙일보 2017.08.20 00:02
비과세 한도 200만→300만원으로 늘어...근로·사업소득자 외 가입 여부는 내년에 재검토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구하기에 나섰다. 지난해 3월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라며 내놓은 ISA가 무능 통장으로 전락하면서다. 부자 감세에 대한 우려로 가입 자격에 제한이 생겼고, 5년 간 중도 인출 제한으로 예비 중산층이나 수입이 불안한 사람들은 가입을 포기했다. 출시 넉 달 만에 가입자 수가 237만 명에 달했지만 올해 6월 기준 순가입자 수는 마이너스(-) 2만5785명이다. 가입보다 해지가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다시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8월 초 비과세 한도를 현행보다 2배로 늘리고, 중도 인출 조건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내년에 막이 오를 ISA 시즌2를 앞두고 금융회사들은 벌써부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1년 반 만에 개편됐다. 지난 8월 2일 정부는 내년부터 일반형 ISA의 비과세 한도를 5년 간 200만원에서 300만원, 서민·농어민은 500만원으로 늘리고, 납입 금액만큼 인출 가능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금은 의무가입기간(일반형 5년, 서민형 3년) 내에 ISA 계좌의 금액을 인출하거나 해지하면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앞으로는 ISA에 2000만원을 넣고 2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면 수익을 제외한 2000만원까지 찾을 수 있다.
 
이번 개편은 인기가 식어가는 ISA를 되살리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3월 14일 출시된 ISA는 계좌 하나에 예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통합계좌다. 등장 이후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 출시 보름 만에 120만 명이 가입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ISA의 열기는 온데간데없다. 인기가 시들한 정도를 넘어서 가입 해지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출시 넉달 만에 237만 명으로 급증했던 일임형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정체 상태다. 올해 6월 기준 순가입자 수는 2만5785명 마이너스(-)다. 가입보다 해지가 많다는 뜻이다.
 
국민銀, 마이너스 수익 때는 보수 면제
사실 도입 초기부터 ISA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ISA에서 가장 큰 혜택은 200만원(일반형)의 수익까지는 비과세, 200만원 초과 수익은 9.9%의 낮은 세율을 매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5년 간 해마다 30만8000원(200만원 수익, 세율 15.4% 기준)의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가입 의무기간 5년을 채워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ISA는 근로·사업소득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정작 주요 대상인 3040 세대는 5년씩 장기로 목돈을 묵힐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비과세 해외펀드(납입 한도 3000만원, 차익 전액 비과세)보다 혜택이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개편으로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중도 인출이 가능해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임기흥 신한은행 갈현동지점장은 “중도 인출 제한 규정이 없어져 투자매력이 커졌다”며 “투자자들이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자금을 굴릴 수 있게 돼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ISA 시즌2’를 앞두고 금융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출시 첫 해가 판매망과 영업력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수익률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ISA는 투자자가 투자처를 고르는 ‘신탁형’과 금융사에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증권사 일임형 ISA의 최근 1년(2016년 6월 30~2017년 6월 30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6.5%다. 같은 기간 은행권 수익률은 5%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21%로 이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ISA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비중에 따라 초고위험·고위험·중위험·저위험·초저위험형 5개 모델포트폴리오(MP)로 나뉘는데 전체 MP 수익률에서 모두 증권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초고위험 유형에서는 NH투자증권의 ‘QV 공격P’이 19.7%, 고위험 유형은 HMC투자증권의 ‘수익추구형 A2(선진국형)’이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위험·저위험군에서도 NH투자증권의 ‘QV 중립A’와 ‘QV 안정추구A’가 각각 10.7%, 6.4%의 수익을 냈다.
 
증권사들은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정희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차장은 “지난 1여년 간 운용성과를 비교했을 때 증권사가 은행보다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에 증권사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증권사 고위험 ISA 상품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데, 국내외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주식 비중을 확대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일본 등 해외 성공사례 연구해야
수익률 경쟁에서 밀린 일부 은행은 수익률에 따른 성과보수제를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가입자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품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수익률을 개선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보수 면제 정책을 시행하면 다른 은행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민통장으로 거듭나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근로·사업소득자만 가입 대상자로 제한하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에 주부와 학생, 노인 등 전 국민으로 가입 대상 범위 확대를 논의했지만, 소득 기준과 다른 세제 혜택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에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비과세 한도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정희 차장은 “ISA는 여웃돈이 있는 중산층 가입을 늘려야 하는데 이들에게 연간 500만원은 투자 메리트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ISA 가입 기한 종료 시점이 내년까지인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혜택들은 내년부터 시행인데 결국 1년이면 끝이 나는 셈이다.
 
ISA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의 성공 사례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ISA 롤모델로 꼽히는 영국은 16세(예금형 ISA), 18세(증권형 ISA) 이상의 영국 거주자가 ISA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배당소득·자본이득세는 면제된다. 또 인출 제한이 없고, 세제 혜택의 경우 영국은 연간 총 2만 파운드(약 2226만원), 일본은 연간 100만엔(약 1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정인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은 지난 4월 ‘라이프타임 ISA’를 도입해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60세 이후에 인출하면 정부가 적립금의 25%의 보조금을 지급해준다”며 “영국의 ISA 활용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ISA 저변 확대를 위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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