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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민주화 시위로 흔들린다고?”

중앙일보 2017.08.19 11:15
특강을 끝내면 흔히 나오는 질문 중 하나.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국에서는 왜 자유민주에 대한 요구가 약하냐?"
"어찌하여 사회 불안 현상은 나타나지 않느냐?"
그래야 중국 사회의 깊은 속을 이해할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 민의가 높아지고, 개인의 자유와 민주 의식도 생기고, 그게 정치적인 요구로 발전하고, 결국 사회 혼란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중국이 그걸 피해갈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중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우리 경험 대로 말이다.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중국 사회가 과연 민중들의 자유민주 요구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시는가?
중국에서 자유 선거는 가능할까?

중국에서 자유 선거는 가능할까?

이 같은 질문, 주장이 제기된 건 90년대 초부터였지 싶다. 특히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직후 심했다. 당시 미국 CIA는 '중국이 유럽처럼 분열될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몰락'을 예견하는 책이 쏟아졌다. 2001년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후에도 그치지 않았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유민주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런데 어찌 됐는가?
 
잘 버티고 있다.  아니,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미국과 맞짱 뜨겠다며 대드는 형국이다. 분명 경제는 발전했는데, 자유민주에 대한 욕구가 사회 문제 전면으로 분출되지는 않았다. 그 많은 '몰락 전망'은 지금까지만 봐서는 틀렸다.
 
물론 아주 없었던 건 아니다. 공산당 독재를 마감하고 민주화를 요구했던 '08헌장'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운동을 주도한 류샤오보는 노벨상을 받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매저리티 아니었던 거다. 류사오보의 죽음과 함께 '08헌장'도 잊혀가고 있다. 공산당의 장악력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홍콩에 마련된 류샤오보 추도회 현수막

홍콩에 마련된 류샤오보 추도회 현수막

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국에서는 왜 자유민주에 대한 요구가 약하냐?"
"경제가 발전했는데도, 어찌하여 사회 불안 현상은 나타나지 않느냐?"
 
우선 이런 답이 나온다.
 
"공산당이 강압 정치를 하니까..."
"민주 인사를 격리시키고, 탄압하니까..."
 
그러나 충분한 답은 아니다. 좀 더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어디 그리 모든 걸 흑백으로 나눌 수 있는 나라이던가...
 
'지식인들이 뭘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민중의 불만이나 요구를 응집해 이를 정치화하는 건 역시 지식인들의 몫일 테니까 말이다. 특히 체제에 도전할 만한 자유주의 성향의 지식인들을 살펴야 한다. 그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중국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1차적인 요인은 역시 강력한 사회 통제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에서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1차적인 요인은 역시 강력한 사회 통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2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지 보도는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서방의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였다.

 
“2015-2016년 학기, 미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 유학생들은 32만8547명이었다. 최고 기록이다. 재미있는 건 이들 학생 중 80%가 졸업 후 중국으로 귀국할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대부분 ‘가능하면 미국에 남고 싶다’고 했는데 말이다.”
 
그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 일자리가 많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WSJ은 ‘그들이 중국을 선택한 데는 애국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미국, 유럽, 호주, 한국, 일본 등에서 공부하고 있는 131명의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80%에 달하는 학생이 ‘국내에 있을 때보다 지금 더 애국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약 3분의 2 이상의 학생들이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中國夢)’에 동의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서방의 사조를 중국에 전파할 수 있는 세력이다. 이런 그들이 미국이 아닌 중국 시스템 예찬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에 유학 중인 한 중국 유학생이 “중국 공기가 나빠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며 미국의 깨끗한 공기와 언론 자유를 찬양했다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조국을 배신했다며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WSJ의 보도는 이게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중국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미국이 주창하는 다당제 민주주의라는 게 반드시 옳은 것인가?’ ‘돈으로 표를 사고, 정쟁으로 국력을 낭비하는데도 그 시스템을 따라 해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진다. 중국의 거대한 경제 성장은 오히려 중국이 서방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통념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더욱 굳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진핑의 ‘중국몽’으로 응결되고 있는 중국 민족주의가 젊은이들의 사고에 파고들고 있다.
시진핑 체제 등장이후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 학생들의 '애국심'은 더 높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체제 등장이후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 학생들의 '애국심'은 더 높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성 지식인들은 어떨까?

 
중국의 경제학자들은 흔히 시장파(자유주의 학파)와 신좌파로 구별된다. 서방 시스템을 선호하는 지식인들은 주로 시장파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중시한다.  
 
그들에게 '공산당 독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대단한 실례다. 그들이 자유주의 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공산당에 반감을 갖고 있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좌파 성향의 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주의 성향의 학자들 역시 공산당 전제 정치를 인정한다. 그들이 당에 대해 한 두 마디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고 해서 '체제에 반대한다'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왜 그럴까?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 중국 당국의 간섭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 중국 당국의 간섭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식인 사회의 역사를 봐야 한다.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가 터졌다. 지식인들은 천안문 광장을 피로 물들인 탱크를 봐야 했다. 좌절이었다. 그들은 흩어졌다. 일부는 장사의 길로 접어들고, 일부는 지방으로 내려가고, 또 일부는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문화대혁명(1966~1976)으로 씨가 말랐던 지식 사회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10여 년 만에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절망한 많은 지식인들이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도피라고 해도 좋다. 대부분 경제학, 아니면 이공계를 선택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은 왠지 그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경제학자들로부터 중국 지식인 의식을 엿봐야 하는 이유다.  
 
그들은 졸업 후 '남아야 하나, 아니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나'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일부는 귀국했다. 당시 중국의 정치 상황이 '기대해볼 만하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장쩌민/주룽지 시대였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1992)이후 중국은 다시 개혁개방의 기치를 높게 들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노선이 채택되기도 했다(1993).  
 
귀국한 해외 유학파들은 서방 경제를 국내에 들여왔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던 우징롄, 리이닝, 마오위스 등 원조 시장파 학자들과 만나 시장파를 형성하게 된다. 이들 덕택에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동안 중국 경제학계에서는 자유주의 사조가 학계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게 된다.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징롄, 마오위스, 린이푸, 저우치런,런즈챵, 천즈우, 장웨이잉, 쉬샤오녠.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징롄, 마오위스, 린이푸, 저우치런,런즈챵, 천즈우, 장웨이잉, 쉬샤오녠.

그런데 이들이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정치다. 그들은 공산당 권위주의 체제를 인정한다. 체제 내에서 경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공산당 체제를 인정했고, 일부는 적극적으로 동조하기도 한다.

 
"시장파 경제학자들이 권위주의 공산당과 손을 잡았다. 학문의 영역을 인정해줄 테니, 정치 체제는 건드리지 말라는 약속이다."
 
영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 마크 레너드가 그의 책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What does China think)?’에서 한 말이다. 지식과 권력의 결탁(?)인 셈이다.
자, 처음으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 사회가 과연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사회 혼란에 빠질까?”  
 
아주 먼 장래 어느 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공산당이 지식인들의 머리를 훔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권력과 결탁했고, 오늘의 후배들은 '중국몽'의 꿈에 젖어들고 있다. '중국인들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결국 거리로 나서 민주화를 요구할거야'라는 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중국에서 왜 민주화 시위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가?" 이유는 많다. 공산당을 대하는 지식인들의 사고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밖에 다른 이유를 더 찾아보자. 중국 사회 이해의 시작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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