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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극장에서 울리는 '포성'

중앙일보 2017.08.19 07:00
북한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면을 타개하고 내부결속을 위해 혁명가극(오페라)·연극 등을 통한 주민 교양을 강화하고 있다.
 

혁명가극·연극은 선전선동의 기본 무기
최근 혁명가극 ‘월미도의 3일간’ 창작·공연
가극의 대사·노래들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대북소식통은 18일 “평양시 각급 당조직들과 근로단체(청년동맹·직업동맹·여성동맹 등)들에서 혁명가극 ‘월미도의 3일간’ 등을 의무적으로 관람하도록 조직별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극의 주제곡인 ‘조국과 인민 위해 결사대 앞으로’를 보급하고 ‘가극의 주인공들처럼 살모 싸워나가자’라는 주제로 결의모임을 각 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도 지난달 31일 ‘월미도의 포성이 울리는 곳에서 ‘라는 기사에서 “혁명가극 ‘월미도의 3일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며 ”무대에서 울린 월미도의 포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발사 때 장쾌한 폭음과 같았다 “고 자랑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64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평양대극장에서 피바다가극단이 새로 창작 형상한 혁명가극 ‘월미도의 3일간’의 첫 공연을 시작했다. 북한은 50년 해안포병 1개 중대가 포 4문으로 결사전(決死戰)을 벌여 맥아더의 인천 상륙을 3일간이나 저지시켰다는 내용의 영화 ‘월미도’를 혁명가극으로 만들었다. 이는 충성심을 지니고 영웅적 희생정신을 발휘한 해안 포병들을 찬미함으로써 “이들처럼 김정은 명령을 결사 관철하며 ‘살아도 충성, 죽어서도 충성’하자”고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정전협정 64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평양대극장에서 피바다가극단이 새로 창작한 혁명가극 ‘월미도의 3일간’의 첫 공연을 시작했다. [사진 '조선의 오늘'캡처]

북한은 정전협정 64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평양대극장에서 피바다가극단이 새로 창작한 혁명가극 ‘월미도의 3일간’의 첫 공연을 시작했다. [사진 '조선의 오늘'캡처]

 
북한의 혁명가극은 김정일이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으로 일하면서 문학예술 전반 사업을 지도할 때부터 수령 우상화와 체제유지·혁명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선전선동의 기본무기이자 수단이다.  
 
김정일은 서양의 오페라에 절가화(여러개의 절로 나누어져 있는 가사를 하나의 곡에 맞춰 반복 부르는 가요형식)·무용 등을 접목하고 북한의 주체의식을 담아 ‘혁명가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김정일은 69년 9월 영화 ‘피바다’를 첫 혁명가극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혁명을 일으키도록 하고 이어 71년 12월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를 ‘피바다’식 가극의 본보기로 창조하도록 했다. 혁명가극의 시초인 두 작품은 김일성이 항일운동 중에 직접 작품을 창작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혁명가극 ‘당의 참된 딸’을 비롯해 70·80년대 김정일의 지도하에 창작된 5대혁명가극과 ‘혈분만국회’ 등 5대 혁명연극들은 계급성·혁명성·이념성을 부각시키고 후계자의 정통성을 확인시키며 주민들을 세뇌시키는 수단으로 됐다.
 
90년대 북한은 사회주의해체와 김일성의 사망·자연 재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동구권 여러 사회주의 나라들의 ‘개혁’‘개방’ 속에 사회주의가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정권을 고수하고 경제난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선군혁명문학예술’이라 일컫는 경희극 ‘축복’ 등을 창작하도록 하고 전 국가적으로 ‘혁명적 군인정신’·‘붉은기 정신’을 고취했다. 경희극은 밝고 해학을 위주로 한 연극의 한 종류다.
 
경제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일은 95년 여성해안포 중대를 방문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이 있는 혁명적 경희극 ‘약속’을 창작하도록 하고 ‘선군영도’를 예술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작품에서 ‘약속’이란 2월에 부대를 방문한 김정일이 가을에 감이 익으면 다시 오겠다는 전사들과의 약속을 의미한다. 이씨는 “그 시기 극작품을 통해 최고사령관과 전사들의 혈연적 연계·김정일의 애민사상에 감동받은 많은 청년들이 생산을 멈춘 탄광·공장들에 자원했다”고 전했다.

 
5대혁명가극이 공연되는 평양대극장 정면에는 혁명가극 '피바다''꽃파는 처녀'의 장면이 모자이크 벽화로 그려져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5대혁명가극이 공연되는 평양대극장 정면에는 혁명가극 '피바다''꽃파는 처녀'의 장면이 모자이크 벽화로 그려져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2000년대 들어 김정일은 경희극 ‘철령’을 비롯한 ‘히트작’을 연거푸 창작하도록 했다. 그 결과 조선인민군 4·25예술영화촬영소의 주도로 1996년∼2003년 사이에 6개의 경희극이 평양대극장무대에 올라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정일은 ‘웃으며 가자’ 등 해마다 지속적으로 창작·공연되는 선군시대의 혁명적 경희극이 북한 연극을 대표하는 주도하는 연극유형으로 사회주의체제의 생존과 경제회생의 추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이시기 북한은 새 혁명연극 ‘조국산천에 안개 개인다’ 등에 대한 창작과 함께 1978∼2003년 기간에 2800회에 달하는 혁명가극 공연을 통해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건설의 당위성·혁명성을 강조했다. 2011년 3월과 7월 김정일은 김정은과 함께 경희극 ‘산울림’, 혁명연극 ‘오늘을 추억하리’ 등을 관람한 뒤 “시대의 명작”이라 극찬했다.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일했던 탈북인 김모씨는 “주민생활 개선은 눈에 띠지 않고 사상교양만 반복되면서 혁명가극에 나오는 대사·노래들이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됐다”며 “혁명가극 ‘꽃 파는 처녀’의 주인공이 ‘몸 파는 여성’의 대명사로 불리웠다”고 털어놨다.  

 
김정은 집권이 시작되면서 북한은 혁명가극·연극을 통한 주민교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은 2014년 5월 17일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문학예술부문 사업이 당과 혁명의 요구에 따라서지 못하고 좋은 영화·연극들을 만들지 못한다”고 질타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자”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와 올해 ‘붉은 눈이 내린다’를 비롯해 7편의 혁명가극·연극들을 창작·공연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제고하고 김정은 정권의 친위세력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일제경찰의 고문으로 두 눈을 빼앗기고도 ‘혁명의 승리가 보인다’고 외쳤다는 김일성 빨찌산 부대원 최희숙을 형상한 혁명가극 ‘혁명의 승리가 보인다’의 주제가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가 시대의 명곡으로 유행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일제경찰의 고문으로 두 눈을 빼앗기고도 ‘혁명의 승리가 보인다’고 외쳤다는 김일성 빨치산 부대원 최희숙을 형상한 혁명가극 ‘혁명의 승리가 보인다’의 주제곡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보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은 최근 일제경찰의 고문으로 두 눈을 빼앗기고도 ‘혁명의 승리가 보인다’고 외쳤다는 김일성 빨치산 부대원 최희숙을 형상한 혁명가극 ‘혁명의 승리가 보인다’의 주제곡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 보급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시대에 탈북한 한 고위인사는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북부전역’과 같이 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을 경희극으로 만들어 체제결속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와 압박에 따르는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두 눈은 현실을 보지만 혁명적 신념은 승리한 내일을 본다’는 취지의 신념교양을 강화하기 위해 선동성 있는 혁명가극·연극들을 더 많이 창작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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