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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에너지는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2017.08.19 02:28 종합 31면 지면보기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

생명체는 에너지를 써서 자신을 만들고 살아가고 번식한다. 당연히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얻는 일은 모든 생명체에 가장 중요한 과제다.
 

화석 에너지는 유한하지만
원자력은 무궁한 에너지원
태평양전쟁도 석유 쟁탈전
식량안보 쌀엔 보조금 지원
동력안보 원전 누르는 모순
안정적 에너지 확보 필수적

우리는 음식으로부터 화학적 에너지를 얻어 살아간다. 그 음식은 조류(藻類)와 식물이 햇살 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을 통해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를 살리는 에너지의 원천은 햇살이다.
 
실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햇살이 원천이다. 우리 근육을 보완하는 동력 가운데 햇살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는 태양광 발전 말고도 물과 바람을 이용한 것들은 모두 햇살 에너지가 원천이다. 지구의 대기와 해양은 햇살에 의해 돌아가는 ‘햇살 기관(solar engine)’이다. 지금 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석유 및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생명체들이 몇 억 년 전에 포획한 햇살 에너지다.
 
예외는 지열과 달의 중력으로 생기는 조력과 원자력이다. 지열과 조력은 규모가 작지만 원자력은 에너지의 궁극적 원천이다.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소진될 터이지만 원자력은 무궁하다.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이미 중요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다. 수소들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핵융합 발전은 미세한 태양들을 만드는 셈인데,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에너지 문제는 말끔히 풀린다.
 
에너지가 그렇게 중요하므로 인류는 늘 식량을 안정적으로 얻는 데 힘을 쏟았다. 식량은 부족한데 모든 곳에서 고루 생산되는 것도 아니므로 식량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게 마련이었다. 음식에서 얻는 화학적 에너지는 값이 비싸다. 원자력에서 얻는 전기보다 20배가량 비싸다. 자연히 동력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동력의 원천인 화석연료는 적은 지역들에 집중적으로 매장되었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식량의 경우보다 오히려 더 치열해졌고, 흔히 전쟁을 불렀다. 태평양전쟁은 본질적으로 에너지의 원천을 차지하려는 전쟁이었다. 1920년대 말엽에 닥친 대공황은 산업 기반이 약한 일본을 크게 위협했다. 일본은 식량과 석탄이 풍부한 만주로 진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런 해외 팽창 정책은 나름의 관성을 지녀서 ‘만주사변’은 ‘중일전쟁’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팽창 정책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1930년대 말엽 일본에 대한 철강과 석유의 수출 금지로 대응했다.
 
이 조치는 일본엔 재앙이었다. 일본은 중국과 이미 전면전을 하는데, 전쟁에서 가장 긴요한 물자인 석유를 일본은 미국에 크게 의존했다. 해군은 특히 타격이 컸다. 당시 일본 해군이 비축한 석유는 2년치가 채 못 되었다. 그래서 해군은 석유가 없어서 미국에 그냥 지느니 차라리 네덜란드령 동인도(지금의 인도네시아)의 석유를 확보하고 미국과 싸우자고 결정했다. 일본을 멸망으로 몰아넣은 태평양전쟁은 그렇게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확보가 어느 나라보다 긴요하다. 식량은 쌀을 빼놓고는 모두 수입한다. 땅이 좁고 경지 비율은 낮은데 인구밀도는 아주 높아 식량 생산을 늘리기도 힘들다. 기후 이상으로 곡물 생산이 줄고 값이 뛰면 이내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동력에선 사정이 더욱 어렵다. 석유와 가스가 전혀 나지 않으므로 우리는 안정적 공급에 늘 마음을 써야 한다. 기억하는가. 1970년대에 ‘석유 충격’을 맞아 값은 따지지 않을 테니 그저 석유만 팔아 달라고 사우디아라비아 관료에게 애걸하던 우리 지도자의 모습을.
 
그 뒤로 우리가 동력 걱정하지 않고 살면서 산업을 발전시켜 온 것은 원자력 발전 덕분이다. 먼 앞날을 내다본 이승만 대통령 이래 정치 지도자들이 원자력 산업을 육성했고, 사명감으로 원자력 발전에 매진한 공학자들 덕분에 우리 산업계는 안정적 동력을 누렸다. 에너지 정책에서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에너지의 값도 큰 고려 사항이지만 우리 처지에선 안정된 공급이 우선이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주로 수입하는 곳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중동이고 중국이 점점 영해로 여기는 남중국해를 거쳐 들여온다는 점은 이 일을 더욱 긴요하게 만든다.
 
현 정권은 식량 확보를 내세우며 너무 많이 생산되는 쌀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 동력에 관해선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장담하는 원자력 발전을 꺼서 에너지의 공급을 불안하게 만들려 한다. 이런 정책적 모순에 대해 현 정권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복거일 소설가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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