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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현지 언론, 차량 운전 용의자 사진 공개…모로코 출신 10대

중앙일보 2017.08.18 21:30
스페인 공영방송 RTVE(Radio Televisión Española)가 바르셀로나 차량 돌진 테러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의 사진을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모로코 출신의 무사 엘와크비르(18)로, 수사당국은 그를 테러에 사용된 밴 차량의 운전자로 보고 추적 중이다.
[사진 RTVE 공식 트위터 계정]

[사진 RTVE 공식 트위터 계정]

 
RTVE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사 엘와크비르는 앞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드리스 엘와크비르의 친동생이다. 드리스는 테러에 사용된 밴 차량을 대여한 혐의로 바르셀로나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리폴에서 체포됐다. 드리스는 동생 무사가 자신의 신분증을 훔쳐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르디 무넬 리폴시장은 카탈루나 TV3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신분증 도난 신고를 위해 경찰서로 향하던 도중 체포됐다고 밝혔다. 엘와크비르 가족이 살고 있는 리폴은 지역 인구의 9%가 이민자인 곳으로, 인구 1만 1000명 가량의 작은 마을이다. 무넬 시장은 엘와크비르 가족이 "평범한 가족"이라며 "그들은 수년간 이곳에서 살고 있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차량 돌진 테러 현장의 지도. [사진 CNN 홈페이지]

바르셀로나 차량 돌진 테러 현장의 지도. [사진 CNN 홈페이지]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 가운데 무사가 급진 이슬람주의에 경도됐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다수 현지 언론들은 무사가 2년 전 SNS의 일종인 키위(Kiwi) 네트워크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세계의 절대 지도자가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농담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비 이슬람신자들을 죽이고 무슬림만이 종교를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사는 '절대 살고싶지 않은 국가'를 묻는 질문에 "바티칸"이라며 가톨릭 등 기독교 전반에 적개심을 품은 듯한 답변을 했다.
 
한편, IS가 배후를 자처하고 유력 용의자로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지목됨에 따라 스페인 내 이민자·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스페인으로 유입되는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급증한 와중에 이같은 테러가 발생해 우려가 곧 '반 이민·반 난민 범죄' 등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달 9일까지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은 8385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로, 지난해 1년 전체 난민 수인 8162명을 이미 넘어섰다. 리비아 트리폴리 등을 기점으로 이탈리아·그리스로 향하던 난민들이 최근 해안 경계 강화로 스페인을 대체 목적지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페인으로의 난민 유입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일, 남부 휴양지인 타리파에선 대낮에 난민 30여명이 탄 소형 보트가 도착해 현지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난민 유입 급증에 스페인 정부는 아직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 한 상태다. 마리아 베가 스페인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은 준비가 안 돼 있다. 바다를 건너오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질적 준비나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고 통역은 물론 난민들이 머물 숙소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난민 유입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진하던 유럽 각국은 자국내 테러 발생 이후 극심한 반 이민·반 난민 정서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2015년,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다수가 독일행을 꾀했을 당시, 난민들을 향한 독일 정부의 우호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 난민 정서가 확산하고 관련 범죄가 급증했던 바 있다.  
 
난민 유입과 테러 발생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IS가 바르셀로나 한복판에서 발생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면서 반 난민 정서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이러한 테러와 여론의 변화가 정부의 난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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