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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열흘 앞두고 기숙사 사용 보류…경희대생 900여명 ‘발동동’

중앙일보 2017.08.18 20:20
동대문구청의 신축 기숙사에 대한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하라는 통보로 입주가 예정됐던 학생들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사진 경희대]

동대문구청의 신축 기숙사에 대한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하라는 통보로 입주가 예정됐던 학생들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사진 경희대]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신축 기숙사 사용 허가가 보류돼 새 학기 입주를 열흘 앞두고 입주 예정인 학생 900여 명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구청 측 “신축 기숙사
교통환경영향평가
다시 신청하라”

학교 측 “구청이 도로 사용료
감당하기 어려워,
기숙사 승인 담보로
몽니 부리는 것”

17일 경희대와 이 대학 총학생회에 따르면 동대문구청은 전날 경희대 측에 “신축 기숙사에 대한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신청하라”고 통보했다. 최악의 경우 입주 예정인 경희대 학생 900여 명은 한 학기를 지낼 다른 거처를 마련해야한다. 
 
구청의 주장은 2016년부터 경희대학교 정문 앞 도로가 사유지로 인정받아 공공도로라고 볼 수 없으니 기숙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공도로를 내고 교통환경영향평가를 재신청하라는 것이다. 동대문구청의 통보대로 새 도로를 만들고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하길 기다린다면 사실상 오는 2학기 기숙사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구청이 문제 삼은 경희대 정문 앞의 ‘경희대로’는 동대문구청과 경희대 학교법인이 수년간 민사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해 구청 패소로 결론이 난 도로다.
 
2012년 경희학원은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경희대로는 학교법인 사유지인데 일부를 구청이 점유하고 있으니 도로 사용료를 내라”면서 ‘경희대 진입로 부지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경희대로는 원래 학교 땅인데 1960년대 말에 구청이 수도ㆍ전기관 등을 매설한 후로 쭉 공공도로처럼 사용했으므로, 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취지였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작년 3월 학교법인이 승소했다. 대법원은 구청이 경희학원에 최근의 도로사용료로 산정된 총 14억여원과 향후 매년 1억여원씩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도로 사용료’에 관해 5년 간의 법적 다툼을 이어오던 중 2014년에 서울 경희대의 신축 기숙사 건설이 확정됐다. 이번 달에 기숙사를 완공한 학교는 지난 7일 기숙사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학교 측은 앞서 기숙사 인ㆍ허가 당시에 주민들과의 합의에 동대문구청이 큰 힘을 써준 만큼 기숙사 승인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동대문구청의 사용 승인 보류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경희학원 관계자는 “구청이 도로사용료를 감당하기 힘드니까 기숙사 사용 승인을 담보로 교통개선 대책을 요구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학은 “당장 이달 26일에 입사 예정인 학생 926명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당장 도로를 새로 낼 수 없거니와 설사 새 도로가 생긴다 하더라도 절차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총학은 신축 기숙사 사용을 당장 허가하라고 촉구하면서 구청 앞에서 이날 오후 6시쯤 촛불집회를 열었다. 19일 오후 1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허가를 거듭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구청은 “학교와 기숙사 진입로가 공공도로가 아닌 사유지로 판결 났으니, 학교법인 의사에 따라 건물을 짓거나 해서 도로가 아닌 용도로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학교 앞 대로가 현황도로(사실상 도로로서 기능을 하는 도로)로 유지되도록 공문으로 확답을 달라는 취지”라며 “기숙사 승인 불허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희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이날 오후 동대문부구청장이 경희대 부총장과 가진 면담에서 “서류를 보완하면 교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1년간 임시 승인할 수 있다는 구두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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