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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껍질에 찍힌 글자만 믿었는데…난각코드 시스템도 엉망진창

중앙일보 2017.08.18 18:54
 
제주에 유통된 살충제 오염 계란. ‘08광명농장’이란 표기가 찍혀있다. [사진 제주도]

제주에 유통된 살충제 오염 계란. ‘08광명농장’이란 표기가 찍혀있다. [사진 제주도]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비펜트린이 나온 경북 김천의 한 농장은 난각코드가 '없음'으로 표기됐다.

서로 다른 2곳 농장서 똑같은 코드 쓰거나
강원(09) 생산 계란에 경기(08) 번호 찍히기도
통합 조회 전산 시스템조차 7년째 없어
식약처, "추가 중복 있는지 일일이 확인 중"

 
 난각코드는 농장에서만 찍는 게 아니다. 계란 유통이 처음 시작되는 식용란 수집판매업소에서 계란을 모아 찍기도 한다. 주로 규모가 작거나 장비를 갖추지 못한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들이 코드 없이 수집업소로 모인다. 이번에 코드가 없었던 김천 농장도 닭을 5000마리 키우는 소규모 농장이다. 원칙대로라면 출하 농장별로 다른 코드를 찍어줘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미지수다. 농장주가 수집판매업소에 계란을 내다팔지 않고 무허가로 코드 없는 계란을 인근에 유통시키기도 한다.  
 
 현재 난각코드는 통일된 전국 체계 없이 지자체별로 부여한다다. 18일 비펜트린이 검출된 강원 철원 소재 농장은 '08LNB'를 사용했다. 08은 경기도에서 생산된 계란에 찍힌다. 강원도 출하 계란은 09로 시작한다. 하지만 해당 농장주는 경기도와 강원도 두 곳에서 계란을 생산하면서 철원에서도 '08LNB'를 썼다.  농식품부는 "원래 09로 써야 하는 게 맞는데 표기자(생산자)가 잘못 표기했다. 08LNB는 구매를 피해야 한다"고만 안내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농장에서 똑같은 난각코드를 찍는 경우도 발견됐다. 이른바 '동명이란(卵)'이다. 살충제 비펜트린이 나온 경북 칠곡의 한 농장은 난각코드 '14소망' 을 사용했다. 하지만 경북 경주에 있는 또 다른 농장도 '14소망'을 찍어 계란을 출하 중이다. 해당 농장주는 "분명히 다른 농장인데 살충제 달걀 생산자와 똑같은 번호를 쓰는 바람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난각코드 앞 두 자리 번호가 같으면 동일 시ㆍ도에서 생산한 계란이다. 경북에 위치한 서로 다른 두 농장이 우연히 지역번호 뒤에 같은 두 글자(소망)를 쓰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인근 시ㆍ군에 같은 코드가 있더라도 중복 여부를 확인하거나 고칠 방법이 없다.  강대진 식약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 팀장은 "식용란 수집판매업장을 지자체가 관리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살충제 달걀 논란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김영록 농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부 브리핑룸에서 산란계 농장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태/2017.08.18

살충제 달걀 논란이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김영록 농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부 브리핑룸에서 산란계 농장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태/2017.08.18

 
 계란 껍데기에 번호를 표기하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문제는 제도 도입 7년이 되도록 생산지와 코드를 한 번에 검색ㆍ확인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현규 식약처 식품소비안전국장은 "현재 전 농가의 난각코드 중 중복이 있는지 일일이 자료를 받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 숫자(07051), 지역명(06대전), 농장명(11송암), 생산자 이니셜(08LCY)등 농장마다 부호 구성이 제각각인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농장 및 생산자 실명 표기를 원칙으로 했으나 이후 영문 이니셜 등으로 계란 출처 파악만 가능하도록 바꼈다"고 설명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계란 껍질에 훨씬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통상 계란을 담은 판에만 유통기한을 적는 한국과 달리, 각 식용란 껍질에 유통기한을 표기한다. 계란을 낳은 닭이 어떤 방식으로 사육됐는지도 알 수 있다. 이혜원 건국대학교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소비자가 계란 껍데기를 보면 해당 산란계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고 사육됐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 친화적으로 생산한 계란에 대한 수요와 인식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축산물 교역이 활발한 EU 국가들은 난각에 농장정보 뿐 아니라 국가코드도 적는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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