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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 지구상에서 가장 악마적인 시스템"

중앙일보 2017.08.18 15:49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살충제 달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살충제 달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조류독감(AI) 등이 '연례 행사'처럼 유행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소규모 축산농가들이 무너지고 기업식 농장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공장식 축산 운영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18일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인 박창길 성공회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러한 공장식 축산을 '지구상에서 가장 악마적인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동물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공장식 축산 운영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중앙가축방역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알 낳는 닭들은 자기 몸에 꼭 맞는 공간에 갇혀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이건 정말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는 사육 방식입니다.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움직이질 못하니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과 진드기를 안고 살아요. 그러면 농가에선 살충제를 뿌려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살충제 계란은 결국 동물복지를 외면한 인간 욕심의 결과물인 셈이죠."
 
2013년 1230가구에 달한 전국 산란계 농가는 2015년 4분기 1149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5만 마리 이상 대형 농가는 314가구에서 401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농가당 사육 수는 4만8000마리에서 6만2500마리로 확대됐다. 박 교수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가당 사육 수는 수천마리에 그쳤으니 엄청나게 대형화 된 것이다. 공장식 축산이 아니고서는 이 많은 닭들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살충제 달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살충제 달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정오 박 교수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주최한 '살충제 달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단체들은 "자연 상태에서의 닭들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과 자신의 발을 이용해 모래를 몸에 뿌려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생존 본능을 갖고 있지만 철창 안의 닭들은 흙목욕은 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며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 스스로가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살충제 살포 주기도 빨라지고 약품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성명서를 낭독하기 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철창 안에 갇혀 살충제를 맞는 닭' 퍼포먼스를 펼쳤다. 철창 안에 갇혀 닭 머리의 탈을 쓴 두 활동가에게 방역복을 입은 다른 활동가가 분무기로 살충제를 뿌려댔다. 이 자리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싼 값에 최대한 육식을 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계란을 포함해 육식을 줄이고 생산량도 줄여서 자연상태로 기른 육류품을 제대로 된 비용을 치르고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축산업 구조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이미 2012년 공장식 축산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나라마다 시행연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영국의 경우 닭을 감금식으로 사육하는 방식은 이미 다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동물복지' 관장 업무를 농림축산식품부 외에도 환경부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농식품부는 구조적으로 축산농가의 진흥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더 챙길 수밖에 없다. 현행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공장식 축산 개선'을 외쳐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환경부는 2012년 가축 분뇨 처리에 대한 관리를 공장 폐수 수준으로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축산업계와 농식품부의 반대로 입법 공청회 과정에서 무산된 바 있다. 박 교수는 "가축 분뇨 처리도 동물 복지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는만큼 환경부가 동물 복지 업무를 농식품부와 나눠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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