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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정점"이라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항소심도 무죄…'하명' 수사의 초라한 결말

중앙일보 2017.08.18 14:37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 [연합뉴스]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 [연합뉴스]

 
16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69) 전 포스코 회장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 "이사회 허위보고·보고누락 인정 안 돼"
8개월 뒤져 불구속 기소, 뇌물공여도 1심 무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은 18일 정 전 회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 달라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포스코 수사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청와대 ‘하명 수사’로 분류된다. 2015년 3월 이완구 당시 총리의 ‘부패와의 전면전’ 선언 직후 수사를 개시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8개월 여의 13차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같은 해 10월 정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수준이었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협력업체 코스틸에 인척을 고문으로 앉혀 4억7200만원을 수수하는 대가로 일감을 몰아준 혐의(배임·배임수재 등)를 받았다. 또  2009년 이 전 의원 측근이 100% 지분을 보유한 티엠테크에 12억원을 지급한 혐의(제3자 뇌물공여)도 적용됐다.
 
이 전 의원과 함께 별도의 재판이 진행 중인 뇌물 재판에서도 정 전 회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부실회사를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이 플랜트 업체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사회 승인 전에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무리하게 일정을 진행한 측면도 있지만 '이사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제한다'는 조항을 넣었다"면서 "성진지오텍 측의 인수 일정을 전적으로 수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인수 관련 주요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거나 허위보고했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보고를 필요로 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진지오텍의 기업가치평가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예비실사 보고서를 무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정 전 회장이 협력업체 코스틸 박재천 회장으로부터 고가의 와인 '로마네꽁띠'를 받은 혐의(배임수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박 회장이 와인을 구매했다는 백화점 측이 "당시 그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확인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1심 재판부도  "1병당 시가가 1000만원을 훨씬 넘는 최고가의 와인을 박 회장이 400만원대에 구매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사안이다. 
 
 
수사의 핵심 대상자였던 정 전 회장의 주요 혐의에 무죄 선고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청와대 하명 수사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하명 사건이 내려오면 검찰은 억지로 털어서라도 기소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검찰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 검찰과 적절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제2의 포스코 수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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