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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로비' 정운호 2심 징역 3년 6개월...'판사 뇌물'은 무죄

중앙일보 2017.08.18 14:23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김인겸)는 18일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내린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수천 전 부장판사(57)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가 무죄로 인정받으면서 형량이 줄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뇌물죄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말하는 '증거 부족'이란 직무관련성을 뜻한다. 정 전 대표는 김 전 부장판사에게 2014~2015년 각종 재판 청탁 명목으로 약 1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물품(레인지로버 자동차 포함)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당시 정 전 대표와 김 전 부장판사 사이에 오간 금품·물품이 직무와 관련된 행위 대가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항소심 재판에 출석할 때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연합뉴스]

항소심 재판에 출석할 때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연합뉴스]

 
쟁점은 정 전 대표가 김 전 부장판사에게  2015년 2월 레인지로버 차량을 포함해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것이 김 전 부장판사가 같은 해 9월에 선고한 ‘수딩젤’ 위조범들에 대한 처벌의 대가였는지였다. 검찰은 이 돈이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탁의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 측은 자신의 앞선 추징금 소송에 대해 김 전 부장판사가 조언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현금 1억원과 레인지로버에 대해 뇌물죄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뇌물죄의 구성 요소인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당시 김 부장판사가 인천지법 항소부에서 유일하게 지적재산권을 담당하고 있었고, 금품을 수수할 무렵 가짜 화장품을 만든 일당이 구속 기소됐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김 부장판사가 해당 재판부에서 계속 근무할 개연성이 높았기 때문에 항소심까지 갈 경우를 대비해 뇌물을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 7월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김 전 부장판사는 뇌물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금품을 줄 당시는 1심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이어서 어떤 형이 나올지, 항소심 재판까지 갈지 등이 불분명한 상황이었다”며 “김 부장판사가 사건을 담당한 건 그로부터 3개월 뒤”라고 설명했다.  
김수천 전 부장판사. 2012년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김수천 전 부장판사. 2012년의 모습이다. [중앙포토]

 
이외에도 2015년 10월에 건네진 현금 1000만원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가짜 수딩젤 관련 사건이 남아있긴 했지만, 정 전 대표가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변호인 선임이 시급했던 만큼 수딩젤 사건에 대한 청탁 대가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물 수수자인 김 전 부장판사 무죄 판결에 따라 정 전 대표의 뇌물죄 무죄 판결 역시 예정된 수순이라는 예측이 나왔고, 이는 현실화됐다.
 
앞서 정 전 대표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계속 부인해왔던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판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는 끝까지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서 회삿돈 총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검찰 수사관 김모씨에게 2억5500만원을 준 혐의는 인정됐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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