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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벅대고 쩔쩔매고…류영진 식약처장의 동문서답

중앙일보 2017.08.18 12:07
‘살충제 계란’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안전을 다루는 주무 기구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류영진 처장의 현안 파악이 안 돼있는 듯한 모습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낙연 총리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기자 브리핑하지 말라” 질책
국회서도 식약처장 출신 김승희 의원 출하상황 질의에 “추적 중” 반복
계란 생산ㆍ유통 단계 질의에 제대로 설명 못하고 “죄송” 답변
야 3당, 류 처장 해임 촉구…“자질 부족 여실히 드러나”
약사 출신 류 처장, 임명 당시부터 ‘전문성 부족’ ‘코드인사’ 비판

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국정현안 점검조정 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와 관련해 류 처장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이어갔다. 하지만 류 처장이 날카로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 총리가 격노했다. 이 총리는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며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 총리는 살충제 계란 대책 토의를 마무리하면서도 “늙은 기자의 마음으로 질문했다”며 “젊은 기자 시각에서 질문하는 것이 훨씬 예리할텐데 이런 질문도 답변하지 못하면서 브리핑을 하루에 두 번 할 생각마라.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기자들을 응대하고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히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업무보고는 최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과 관련된 현안 질의와 대책 추궁이 이어졌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는 사과를 요구하기도했다. 류 처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조문규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업무보고는 최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과 관련된 현안 질의와 대책 추궁이 이어졌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는 사과를 요구하기도했다. 류 처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조문규 기자

류 처장은 16일 살충제 계란 현안 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도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특히 식약처장 출신(2015년 4월~2016년 3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살충제 검출 계란 출하 상황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추적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경기도 남양주(농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는데 몇 군데 도매상으로 나갔는가?”
▷류영진 식약처장=“추적하고 있다.”  
▷김 의원=“(한숨 내쉬며) 하~. 14일 농림부 종합 발표 이후 이틀이 지났다. 도매상 몇 군데로 갔는가? 파악하고 있는가?”
▷류 처장=“식약처에서 어제 105군데 (시중 계란을) 수거해 검사를 해서 두 군데가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
▷김 의원=“동문서답하지 마라. 언론 통해 추가로 살충제가 검출된 게 네 군데라는 것은 안다. 네 군데가 어느 동네인가?”
▷류 처장=“보고드리겠다.”
▷김 의원=“네 군데 갔다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지 주의를 할 것 아닌가. 식약처가 한 일이 뭐가 있는가?”
▷류 처장=“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다.”
▷김 의원=“최선 다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니다. 모를 수 있지만 몰라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발표해달라.”
 
류 처장은 계란 생산량과 유통 단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해 질책을 받았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전국에서 계란 생산되는 양이 연간 몇 톤인가?”
▷류 처장=“정확하게 보고받지 못했다.”
▷성 의원=“(계란 유통 단계에서) 1차 수집소, 2차 판매소 등이 몇개나 되는가?”
▷류 처장=“죄송하다. 정확하게 파악 못하고 있다.”
 
류 처장은 “국내산 달걀은 문제 없으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는 발언이 5일 만에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이 났다. 맞는가”라는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결국 그렇게 됐다”고 했다가 사회를 보던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양 위원장은 “‘대국민 사기’라는 의원 질의는 그럴 수 있지만 류 처장의 답변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기라는 것은 고의성이 있어야 하고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것을 알고 정부가 발표할 수는 없으니 결과적으로 실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 처장은 “실책이다”고 인정했다.
 
류 처장은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는데,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 복지위에서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단언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류 처장은 “죄송하다. 지적하신 부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류 처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야 3당은 살충제 계란 파동 책임을 물어 해임을 요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 의원들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류 처장의 자질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 더 이상 국민 먹거리 안전을 맡길 수 없다”며 해임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살충제 계란대책 TF도 성명서를 통해 “류 처장은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류 처장은 임명 당시부터 식ㆍ의약품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식약처장 임명 전까지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2016년 총선과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부산시선대위원장과 특보단장을 역임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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