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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과 충돌 책임은 미 이지스함?..함장 등 3명 해임

중앙일보 2017.08.18 10:35
미국 해군이 지난 6월 17일 새벽 일본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미군 이지스함과 컨테이너 화물선 간 충돌 사건의 책임을 물어 이지스함 함장 등 지휘관 3명을 해임했다. 
앞서 미 해군작전사령부는 17일(현지시간) 예비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당시 충돌을 일으킨 미 태평양사령부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피츠제럴드함(9000t급) 함장인 브라이스 벤슨 중령을 면직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은 두 배가 충돌할 당시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제대로 하지 못해 7명의 승조원이 사망케 한 책임을 그에게 묻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 신문은 "사고로 7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것을 고려해 처분 대상자가 3명을 포함해 최종 10여 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18일 전했다.       

조사 완료 이전임에도 “상황인식 제대로 못한 책임 있다"
충돌의 원인을 제공했거나 이후 상황 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점 확실히 해
예비 조사보고서에는 사고 당시 상황과 승조원들 사투 기술돼

 
 
미 해군은 충돌의 책임이 피츠제럴드함에 있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임에도 지휘관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충돌의 원인을 제공했거나 충돌 이후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빌 모란 미 해군 참모차장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승조원 가운데 일부가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해선 안 된다는 게 확실하다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장외에도 부함장과 사고 당시 선체 주변 경계ㆍ감시 임무를 맡았던 승조원까지 10여 명을 징계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ㆍUSA투데이 등은 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예비조사 보고서에는 사고 당시 함선 내부의 참혹한 상황과 사투, 인명구조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승조원들의 생생한 노력 등이 담겼다. 사고는 당일 오전 1시30분에 발생했다. 충돌 소리와 함께 승조원들이 잠을 자는 선실쪽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물이 급속히 밀려들어 배가 침수됐다. 7명의 사망자도 이 곳에서 잠자던 중이었다. 함선이 심하게 요동치면서 바닷물은 더 차올랐고, 이 와중에 탈출을 위한 혼란이 발생했다. 기계실까지 물이 차면서 배 일부의 전력도 차단됐다. 벤슨 함장도 충돌로 인해 함장실에 갇혔지만 다른 승조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피츠제럴드함은 지난 6월17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이즈(伊豆)반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 ACX크리스탈호(2만9000t급)와 충돌해 선체 우측이 크게 파손됐다. 이 사고로 선실 일부가 침수돼 승조원 7명이 숨졌다. 벤슨 함장을 포함한 다른 승조원 3명도 사고 당시 부상을 당했다. ACX크리스탈호는 당시 동쪽으로 항행하고 있었고, 피츠제럴드함은 ACX크리스탈호의 왼편에서 남서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손상된 모습. [연합뉴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필리핀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손상된 모습. [연합뉴스]

 
미 해군은 이번 사고 발생 뒤 피츠제럴드함을 주일미군 요코스카(橫須賀) 기지로 옮겨 승조원들을 상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ACX크리스탈호 측에 대한 조사는 일본 해상보안청이 진행했다. 미군의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건ㆍ사고에 대해선 미국이 1차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미ㆍ일 주둔군 지위협정(SOFA) 때문에 일본 해상보안청은 피츠제럴드함과 승조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못했다.  
 
미 피츠제럴드함과 충돌한 필리핀 ACX크리스털호의 손상된 모습. [AP=연합뉴스]

미 피츠제럴드함과 충돌한 필리핀 ACX크리스털호의 손상된 모습. [AP=연합뉴스]

 
ACX크리스탈호의 선장은 일본 측 조사에서 “충돌하기 최소 10분 전부터 이지스함을 향해 기적과 발광신호로 충분히 비상경고를 보냈지만 피츠제럴드가 회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책임이 피츠제럴드함 측에 있다는 진술을 했다. 
NHK도 일본 해상보안청이 ACX크리스탈호의 레이더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고의 과실이 미 이지스함 쪽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달 말 보도했다.
미 해군은 현재 조사의 진척 과정이나 완료 예상 시기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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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 해군은 당초 피츠제럴드함를 응급 수리한 뒤 미 본토로 출항시킬 예정이었으나 손상 정도가 심해 올 가을쯤 대형 바지선에 실어 미국으로 옮길 계획이다. 조사와 수리를 마친 ACX크리스탈호는 지난달 23일 태국으로 출항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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