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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1970년대에 갇힌 자동차 세금

중앙일보 2017.08.18 01:56 종합 29면 지면보기
손해용 산업부 기자

손해용 산업부 기자

한국 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세금도 그렇다. 지난해 거둬들인 세금 가운데 14.1%인 40조6769억원이 자동차를 사서 보유하고 운행하면서 낸 세금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자동차 운행 대수를 고려하면 한 대당 평균 187만원을 세금으로 낸 셈이다.
 
자동차엔 모두 11가지 세금이 붙는다. 자동차를 살 때 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를, 차량을 등록하면서 등록·취득세를 납부한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매년 6, 12월에 자동차세를 낸다. 도로를 달리면서 유류 개별소비세·주행세·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 여기에 자동차와 무관한 교육세가 개소세·자동차세·유류 개소세에 얹혀진다. 미국·독일·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이런 세목이 4종으로 단순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관련 우리 국민의 세 부담이 독일의 1.6배, 미국의 5배에 달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런 자동차 세제는 1970년대 말 기본 틀이 만들어진 뒤 여태껏 유지되고 있다. 소비자 부담이 과중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일부 고쳤지만 큰 틀은 그대로다. 자동차는 가구당 한 대 이상으로 필수품처럼 됐지만 사치품에나 붙는 개소세 대상에 묶여 있다. 자동차세는 차량 가격이 아닌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기다 보니 고가의 수입차 주인이 되레 세금을 적게 내는 조세 역진 현상도 벌어진다.
 
이런 세제는 자동차산업 전체에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연구개발 및 투자 재원을 빼간다는 점에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고, 내수 판매를 위축시켜 기업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이를 ‘성원’해 줘야 할 세제는 아직도 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관련 세금이 과하다는 주장에 대한 정부 입장은 한결같다. 에너지 절약과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다소 무거운 세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생계형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서민들은 과다한 유류세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사면초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제 복잡한 자동차 세목을 간소화하고 과중한 조세 부담을 바로잡는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조세 형평성에 위배되는 자동차세와 시대에 맞지 않는 개소세는 국회에서 개정을 논의 중이다. 자동차세 개혁은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이른 때이고, 이 정부가 입버릇처럼 되뇌듯이 민생과 경제를 위하는 길이다.
 
손해용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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